아카데미 시상식 6일 앞으로
‘미나리’ 여우조연상 등 6개 후보… 버라이어티 “尹, 수상 가능성 높아”
스티븐 연 후보 오른 남우주연상은 ‘마 레이니… ’ 보즈먼 수상 전망 1위
작품-감독상은 ‘노매드랜드’ 꼽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가 윤여정의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몇 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릴지 관심이 뜨겁다. 시상식은 25일 오후 8시(미국 동부 시간)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과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한국 시간으로는 26일 오전 9시에 시작한다.
미나리는 여우조연상을 포함해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각본상, 음악상까지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맹크’가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다 기록을 세웠고 미나리와 ‘노매드랜드’ ‘더 파더’는 6개 부문 후보에 각각 지명돼 뒤를 이었다.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 등 후보들이 쟁쟁해 박빙의 승부가 예측됐던 여우조연상 부문은 윤여정의 수상에 무게가 쏠린다. 콜먼은 더 파더에서 치매 아버지를 돌보는 딸의 아픔을 연기해 호평을 받았고, 74세로 윤여정과 동갑인 클로스는 올해로 아카데미 후보 지명만 8번째인 베테랑이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자를 가장 예측하기 어렵다”고 꼽았을 정도. 그러나 윤여정이 ‘아카데미 바로미터’라 불리는 미국 배우조합(SAG)상과 영국 아카데미상을 가져가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등 미국 주요 연예매체는 윤여정을 수상자로 예측했고, 버라이어티는 “6개 부문 후보에 든 미나리를 대표해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가져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윤여정 다음으로 수상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모큐멘터리(연출된 상황을 실제 상황처럼 보이도록 제작한 콘텐츠)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보랏2)의 마리아 바칼로바다. 불가리아 출신의 25세 신인인 그는 윤여정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가 할리우드 데뷔작이다. 그는 보랏(사샤 배런 코언)의 15세 딸 투타를 연기했다. 카자흐스탄 리포터인 보랏은 미국 대통령 ‘맥도널드 트럼프’의 측근에게 접근하라는 정부의 미션을 받고 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투타를 ‘선물’로 데려간다. 투타는 미국인에게 잘 보이려 금발로 염색하고 가슴 성형을 계획하지만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와 마주하며 정체성을 찾아 나간다. ‘사샤에 밀리지 않는다’는 찬사를 받은 바칼로바는 전미 비평가협회상, 뉴욕 비평가협회상 등을 받으며 윤여정과 주요 비평가협회상을 양분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의 강력한 경쟁자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채드윅 보즈먼이다. 1927년 시카고의 녹음 스튜디오가 주 배경인 영화는 당대 최고 흑인 블루스 가수 마 레이니와 그녀의 전속 밴드 멤버들, 그리고 스튜디오의 백인 매니저들이 녹음 과정에서 벌이는 신경전을 그린다. 트럼펫 연주자 레비를 연기한 보즈먼은 흑인 차별을 겪으며 냉소를 일찍이 체득한 인물로, 성공에 대한 희망을 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지난해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 그의 유작이 됐다. 보즈먼은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SAG상 등을 수상했다. 뉴욕타임스는 “채드윅 보즈먼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사실상 결정된 사안”이라고 보도했다. 스티븐 연은 4, 5위로 수상 가능성이 점쳐진다.
작품상과 감독상 부문에서는 중국계 미국인 감독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가 압도적인 1위로 꼽힌다. 동명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2008년 금융위기로 집을 잃은 뒤 벤에서 살아가는 노매드의 삶을 담았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시작으로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 미국 제작자조합(PGA)상, 영국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버라이어티는 미나리를 작품상 3위, 감독상 5위로 예측했고, 할리우드 리포터는 각각 4위와 5위로 전망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