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읽을수 없는 이미지 가득… 쇼핑 상품 정보검색에 도움 안돼 ‘장애인용 대체 텍스트’는 별따기… 법원 “웹 접근성 갖춰라” 판결에도 유통업체 “비용부담 크다”며 난색 “정부사업 참여 확대등 당근 필요”
16일 오후 중증 시각장애인 이동진 씨가 온라인 쇼핑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이 크게 늘었지만 쇼핑몰 사이트의 상품 설명이 이미지로만 되어 있는 사례가 많아 시각장애인들이 쇼핑에 애로를 겪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중증 시각장애인 이동진 씨(26)가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티슈’를 검색한 뒤 화면낭독기로 상품 정보를 읽자 이런 말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화면낭독기는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꿔 읽어주는 시각장애인용 소프트웨어다. 세 장의 물티슈 광고 이미지 속에는 피부 저자극 테스트 완료, 천연 레이온 함유 등의 문구가 있었지만 화면낭독기는 사실상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 홍삼회사의 6년근 홍삼도 같았다. 화면낭독기는 영양정보와 복용법이 찍힌 이미지를 인식하지 못해 ‘e37181d3…’ 등 암호에 가까운 파일명만 읽었다. 이 씨는 “온라인 쇼핑 때마다 지인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조모 씨(41·여)는 2018년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2세 아들에게 계란 성분이 있는 과자를 먹였다. 온라인에서 구매할 때 대체 텍스트가 없어 성분 확인을 못 했기 때문이다. 아들의 몸 곳곳에 붉은 반점이 올라왔다. 조 씨는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들도 쇼핑에 불편을 겪는다. 약시인 손모 씨(38·여)는 “이미지 속 배경과 텍스트의 색깔이 비슷하면 알아보기 특히 어렵다”면서 “대체 텍스트를 갖춘 상품들을 따로 모아놓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7년 시각장애인 963명은 대형 유통회사에 “시각장애인 접근성을 갖추라”며 소송을 냈다. 약 4년 만인 올 2월 1심에서 법원은 “대체 텍스트 미흡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이라며 “원고 1명당 10만 원씩 지급하고 6개월 안에 온라인몰 상품 정보 등에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은 모두 항소했다. 수많은 판매자가 제각기 상품을 등록하는 오픈마켓의 특성상 모든 상품에 대체 텍스트를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대체 텍스트를 등록하라고 협력업체들에 권하지만 자칫 ‘갑질’로 비칠 수 있어 부담”이라며 “모든 대체 텍스트 등록 여부를 유통회사가 점검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든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들은 시각장애인 웹 접근성을 상대적으로 잘 갖추고 있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서 한국 사이트에서 팔던 홍삼을 검색해 보니 복용 방법, 기능, 성분까지 텍스트로 설명돼 있었다.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는 “시각장애인 접근성을 갖춘 민간 기업에 대해 정부 사업 참여 기회를 늘려주는 등으로 웹 접근성 향상을 유도하는 등 ‘당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