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苦세대]우울증-무력감 탈출법 찾는 청년들
2001년부터 2018년까지 등교도 거부한 채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온 함모 씨(36)는 지난해 10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자신처럼 스스로 사회와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공동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청년심리치유 관련 사회적 기업에서 심리치료를 받던 함 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서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그가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택한 건 ‘작은 일상’의 경험이었다. 요리를 못 하지만 인터넷으로 조리법을 찾아 직접 요리하고, 사람들과 함께 장을 보러 다니며 소소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마파두부밥을 하거나 김치찌개를 함께 사는 이들과 만들어 나누어 먹으면서 굳게 닫힌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걸 느꼈다.
함 씨는 “처음 공동생활을 할 때엔 사회 공포증을 떨치지 못했다. 밥을 먹거나 요리하는 사소한 것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봤다”며 “여전히 숙소 밖으로 나가면 알 수 없는 공포감에 시달리지만 그래도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역시 스스로를 은둔형 외톨이로 부르는 권모 씨(22)는 자전거를 배우고 있다. 천천히 발을 내디뎌 멈췄다 섰다 반복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경험을 하고 있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사회에서 왕따를 당하며 받은 상처들이 기억 뒤로 사라지는 것 같다. 권 씨는 “처음엔 자전거를 아예 못 탔는데 3개월 연습하니까 많이 늘었다”며 “빨리 배워서 그동안 가고 싶었던 곳들을 자전거를 타고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