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 추진 방침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미국이 확보한 백신 여유물량 일부를 빌려오고 나중에 갚는 것이다. 실현된다면 국내 백신 수급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양쪽의 공동 관심사로 보기 어렵다. 다급한 한국이 미국 측에 제안을 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 “백신 현금 방역물자 등으로 가능”
하지만 현재 한국의 경우 당장 접종할 백신도 부족하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금 당장 한국 내 백신이 부족하지만 하반기에는 여유가 생길 수 있다”며 “지금 미국에서 남는 백신 물량을 빌려와서 쓰고 하반기나 내년에 백신이나 현금으로 갚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만약 미국이 한국에 백신을 제공하는 방안이 성사될 경우 그 종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미국은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사용 승인하지 않고 비축만 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125만 명분과 75만 명분의 백신을 빌려 주고 다시 백신으로 받을 계획을 밝혔는데 이 때 공급한 백신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었다.
● 백신 스와프, 성사 여부는 불투명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AFP) 2021.2.4/뉴스1
이에 따라 5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적극 활용하고,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국 간 협력체인 ‘쿼드’ 참여 등을 통해 미국을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직 정상회담 의제로 백신 협력이 포함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쿼드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 역시 정부는 일단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번 백신 스와프 추진도 미국의 ‘선의’에 기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장관은 “꼭 필요한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표현이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초기 우리가 미국의 요청으로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상당량 공수한 사실을 미국에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백신 스와프가) 이론적으로 가능하고 시기도 좋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조사해보니 아직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백신에 그렇게 여유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한 특사 파견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국민의힘, ‘늑장 대응’ 비판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뉴스1 © News1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한미 백신스와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며 “정부가 야당의 제안을 귀 담아 듣고 발 빠르게 움직였더라면, OECD 37개국 중 접종률 35위라는 참담한 성적표는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대본에서도 외교부장관의 (스와프) 이런 언급을 뒷받침할 만한 어떤 확인도 해주지 않고 있다”며 정 장관의 발언의 실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