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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지금 나부터[기고/한정애]

입력 | 2021-04-21 03:00:00


한정애 환경부 장관

22일로 51번째 맞는 올해 ‘지구의 날’의 주제는 ‘지구 회복’이다. 더 늦기 전에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해 우리 지구가 회복될 수 있도록 지금 나부터 행동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 선언’ 생중계 방송이 흑백 화면으로 나왔다. 컬러 영상의 4분의 1 정도 데이터만 쓰는 흑백 화면을 사용해 탄소중립의 중요성과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세계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국가들이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과 EU는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전 세계가 지금 이 시점에 탄소중립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18년 발행한 특별보고서는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고 경고한다. 인류라는 생물종에 기후위기라는 생존의 문제가 코앞에 닥친 것이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산림 등으로 흡수시켜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해야 한다. 탄소중립 사회는 시스템 전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생활 전반에 걸쳐 이산화탄소 저감을 먼저 생각하는 사고와 행동의 전환을 함께 이뤄야 한다. 한 사람 달라진다고 세상이 변하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0%만 대기전력 차단에 참여해도 약 20만 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있다. 생산 단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제품을 구매하는 행동이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유도한다. 대중교통과 전기·수소차를 이용하는 행동은 미래 모빌리티 세상을 앞당긴다. 폐기물을 새롭게 재활용하는 것은 순환경제의 기반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안에 2050년 탄소중립 사회를 설계하고, 여기에 필요한 기술 개발과 경제 사회 변화의 방향성을 담은 국가전략을 만들 것이다. 이 과정을 국민과 기업에 상세히 설명하고 아이디어를 모을 것이다. 지금 국회에서도 한국 탄소중립 추진의 주춧돌이 될 탄소중립법 논의가 한창이다. 탄소중립 목표와 구체적인 이행계획, 강력한 이행점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저탄소 제품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국제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조속한 법안 제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친환경 미래차 분야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서 앞서가는 등 저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를 발판으로 신산업 육성과 녹색경제 전환에 성공할 것이다. 지금 나부터 탄소 배출을 줄인다면, 탄소중립 사회를 앞당겨 삶의 질 향상과 경제성장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이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