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정부 “美 여유 물량 빌려쓰고 하반기나 내년에 갚는 방안 논의” “반도체로 갚기” 제안도 나와 野 “작년말부터 필요성 제안… 정부가 귀담아듣지 않아” 비판
20일 시민들이 서울 동대문구 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정부가 20일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 추진 방침을 밝힌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미국이 확보한 백신 여유물량 일부를 빌려 오고 나중에 갚겠다는 게 골자다. 성공한다면 국내 백신 수급에 ‘숨통’이 트이겠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는 다급한 한국의 ‘일방적 제안’이란 해석이 많기 때문이다.
○ 성사되면 아스트라제네카일 가능성
한미 백신 스와프는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박진 의원이 처음 제안했다. 당시 정부는 “백신 교환비율 산정이 어렵다”며 부정적 의견이었다. 4개월 만에 정부의 태도가 바뀐 건 그만큼 국내 백신 수급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한국이 들여온 코로나19 백신은 193만6500명분으로 상반기(1∼6월) 접종 목표인 1200만 명분의 16.1%에 그쳤다. 반면 미국은 성인의 절반이 넘는 1억3000만여 명이 1회 이상 백신을 맞는 등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하지만 현재 한국의 경우 당장 접종할 백신도 부족하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지금 당장 한국 내 백신이 부족하지만 하반기에는 여유가 생길 수 있다”며 “지금 미국에서 남는 백신 물량을 빌려 와서 쓰고 하반기나 내년에 확보된 백신으로 갚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처음 백신 스와프를 제시한 박 의원은 “일단 백신을 긴급 지원받고 추후 반도체 등의 전략물자로 갚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 변수 많아 성사 여부는 불투명
미국이 한국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 이미 현 상황에선 난색을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한미 백신 스와프 검토 사실을 알린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발언 1시간 만에 긴급현안회의가 끝날 때쯤 “(백신 스와프 실현을) 단정은 못 하겠다. 미국도 여름까지 집단면역 성공 의지가 강해 백신이 충족한 분량이 아니라고 설명했다”며 “현 단계에서 (백신 협력이) 쉬운 것은 아니라는 (미국의) 1차적 입장 표명이 있었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5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적극 활용하고,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국 간 협력체인 ‘쿼드’ 참여 등을 통해 미국을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직 정상회담 의제로 백신 협력이 포함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쿼드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 역시 정부는 일단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번 백신 스와프 추진도 미국의 ‘선의’에 기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장관은 “꼭 필요한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표현이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초기 우리가 미국의 요청으로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상당량 공수한 사실을 미국에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백신 스와프가) 이론적으로 가능하고 시기도 좋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조사해보니 아직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백신에 그렇게 여유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한 특사 파견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국민의힘, ‘늑장 대응’ 비판
정 장관은 백신 확보 등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의 문제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방역 상황에서 정부가 조금 안이하게 대처한 측면이 있다고 솔직히 인정한다”고 했다. 그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안이하다’는 발언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자 “외교적 측면에서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을 정도로 했느냐는 반성”이라고 덧붙였다.김성규 sunggyu@donga.com·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