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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여행금지 160개국으로 확대 추진… 백신접종 늦은 한국 촉각

입력 | 2021-04-21 03:00:00

집단면역 위해 출국제한 나서… 현재 북한 등 34개국만 여행금지
바이든, 트위터에 “좋은 소식 있다”
16세 이상 모두로 백신접종 확대



동아일보DB


미국 국무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행 금지’를 권고할 국가의 수가 전 세계의 8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성인에게 백신 접종 자격을 부여한 미국이 그렇지 못한 국가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해 방역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백신 접종률이 2%대에 불과한 한국의 등급 하향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무부는 19일 성명에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통지를 반영해 이번 주에 여행 권고안에 대한 업데이트를 시작하겠다. 이번 업데이트로 ‘여행 금지’인 여행경보 4단계 국가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전 세계의 약 80%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무부는 북한 러시아 이란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등 34개국에 여행금지인 4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전 세계의 약 16%로 이를 80% 수준까지 늘리면 대상 국가가 160개국 안팎으로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민에 대한 국무부의 여행경보는 4단계로 △일반적 사전주의 △강화된 주의 △여행 재고 △여행 금지 순이다. 현재 한국은 2단계 ‘강화된 주의’다. 지난해 11월 말 ‘여행 재고’인 3단계였으나 이후 한 단계 완화됐다. 중국, 일본,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여행 재고인 3단계로 평가받고 있다.

등급 재평가 기준에는 코로나19 감염률과 검사 및 치료 능력 여부 등이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해당국의 현재 보건 상황에 대한 재평가를 뜻하는 게 아니며 CDC로부터 받는 정보를 반영해 여행경보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런 권고안이 구속력을 갖지는 않는다. 미국으로의 입국 제한 여부와도 별개다.

국무부가 예고한 이번 조치는 최근 해외로 나가는 미국인 여행객이 다시 늘어나는 가운데 나왔다. 그리스는 이번 주부터 백신 접종 증명서가 있거나 음성 판정을 받은 미국인들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미 유나이티드항공 역시 7월부터 그리스와 아이슬란드, 크로아티아에 항공편을 다시 배정하기로 하는 등 해외여행이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이날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또한 16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백신 접종 자격을 부여하며 사회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간 나이, 기저질환 여부 등에 따라 접종 순위가 달랐지만 16세 이상 성인이 모두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 동영상을 통해 “우리는 (백신이) 충분히 있다. 그러니 백신을 꼭 맞으라”고 강조했다. 그는 21일 미국의 백신 접종 현황에 관한 연설을 한다.

CDC에 따르면 19일 기준 미 성인의 절반이 넘는 1억3099만 명(50.7%)이 1회 이상 백신을 맞았다. 2차 접종을 모두 완료한 사람도 33%에 이른다. 현재 미국의 하루 평균 접종량은 320만 회분으로 지난달(250만 회분)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백신 보유량이 넉넉해 미국은 방역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부스터샷’(3차 접종)까지 검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국방부가 쿠바 미 해군기지 내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에게도 모더나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관타나모 기지에 주둔하는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다. 지난해 12월에도 관타나모 수감자에 대한 백신 접종 시도가 있었지만 수감자의 대부분이 9·11 테러 주범이라는 이유로 유가족이 거세게 반발해 연기됐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관타나모 수감자도 백신을 맞을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