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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4년간 34% 오른 최저임금, 이 판에 더 올려야 하나

입력 | 2021-04-22 00:00:00

2021.4.20/뉴스1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그제 1차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를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올해 872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 원 이상으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자영업자, 중소기업을 고려해 동결을 주장한다. 예년에도 이견이 적지 않았지만 올해는 양측 시각차가 워낙 커 타협이 쉽지 않아 보인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하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 초 최저임금은 급상승했다. 2018년(16.4%), 2019년(10.9%) 2년 만에 29.1%가 올랐다. 임금을 높여 소비를 촉진하면 기업 투자가 늘고 성장률이 높아진다는 게 정부의 인상 논리였지만 결과는 서민 일자리 감소와 자영업 몰락이었다. 충격이 커지자 최저임금위가 작년과 올해 2.9%, 1.5%로 브레이크를 걸었는데 노동계가 현 정부 마지막 해인 내년에 ‘1만 원 약속’을 이행하라며 14.7% 인상을 요구한 것이다.

직원의 생산성이 높아져 기업 성과가 좋아질 때 임금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매출, 이익이 감소하는 기업, 자영업자는 임금이 급등하면 직원부터 줄일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물가가 4.2% 오른 지난 4년간 최저임금은 34.8%나 인상됐다. 중앙대 강창희 교수는 한국노동경제학회 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2018년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대 34만7000개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분석했다.

‘직원을 둔 자영업자’ 수가 28개월 연속 감소한 건 한 푼이라도 임금 부담을 줄이려는 자영업자가 많아진 탓이다. 작년 근로자의 15.6%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은 것도 단기간에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고용주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회복 시기조차 점치기 어려울 때 최저임금 인상은 사회 약자들을 고용시장 밖으로 내몰면서 대기업, 공기업 직원의 처우만 개선해 ‘임금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 지금은 최저임금 인상보다 업종, 지역 차이조차 인정하지 않는 경직적 최저임금제도 등을 유연하게 바꿔 단 하나의 일자리라도 더 만드는 게 중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