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1953년 ‘7월 26일 운동’ 소속으로 몬카다 병영을 습격했다가 실패해 투옥됐다. 절치부심 끝에 1959년 바티스타 정권을 몰아낼 때도 형제는 함께했다. 권력을 잡은 이후 피델은 총리, 국가평의회 의장 등으로 49년 동안 국가를 통치했다. 군을 장악한 라울은 49년 동안 국방장관으로서 형을 도왔다. 해외에서는 피델이 훨씬 유명했지만 쿠바에서는 ‘라울주의’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라울의 역할도 컸다.
▷혁명 이후 카스트로 형제가 마주친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반미주의자였던 피델이 미국 기업가들의 재산을 몰수하자 미국은 1961년 쿠바와 단교했다. 이어 쿠바산 설탕 수입을 중단하고 석유 공급을 끊으면서 쿠바 경제의 숨통을 조였다. 쿠바는 소련의 도움을 받으며 버텼지만 1981년 집권한 미국 레이건 정부는 제재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소련이 붕괴되면서 쿠바는 1990년대 ‘특별한 시기’라고 불리는 경제위기를 맞기도 했다.
▷1960년생으로 혁명 이후 세대인 디아스카넬은 젊은 시절 비틀스와 청바지를 좋아했고, 점진적인 개방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쿠바가 조속히 변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일대 카를로스 에이레 교수는 “군과 공산당이 막강한 힘을 갖고 있으며 특히 라울의 아들, 사위 등 ‘카스트로 왕조’ 멤버들이 군의 요직을 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스트로 형제가 반세기 넘도록 유지해온 쿠바의 사회주의 질서가 달라지려면 정치 지도자의 얼굴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