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건강을 다지고 있는 강현숙 씨가 케이블 체스트 플라이를 하고 있다(아래 사진). 위 사진은 탄탄한 어깨 및 등 근육을 보여주는 포즈를 취한 강 씨. 그는 매일 2, 3시간씩 근육운동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강현숙 씨 제공
양종구 논설위원
전남 여수에서 살고 있는 강 씨는 10여 년 전 혼자서 근육운동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당초 등산과 수영을 즐기던 그는 50대 후반부터 근력의 중요성을 느끼고 근육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이유 없이 허리가 아파 꼼짝을 못 해 119에 실려 간 적이 많았다. 이틀씩 누워 있기도 했다. 그때 허리 근육을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회상했다. 20년 전쯤 군대를 제대한 아들이 근육을 키워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할 때 응원하러 다니면서 ‘근육 잡힌 우리 몸은 예술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갱년기가 시작될 무렵이었고 허리에도 이상이 오자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근육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 여수에는 근육운동을 하는 중년 여성이 거의 없었다. 요즘에는 보편화된 PT(퍼스널트레이닝)를 해주는 트레이너도 없었다. 강 씨는 보디빌딩 책을 사서 공부했고, 남성들이 하는 동작을 따라 하면서 운동법을 익혔다. 근육운동을 하니 바로 몸에 변화가 왔다. “허리를 포함한 관절이 좋아졌고 무엇보다 갱년기를 모르고 지나갔어요. 여자라면 누구나 다 먹는 호르몬제는 입에 대지도 않았어요. 여행을 가면 친구들은 얼굴이 달아올라 겨울에도 덥다며 창문 열고 잤는데 전 그런 증상이 없었습니다.” 삶이 활기로 채워졌고 어떤 힘든 일을 치러도 피곤하지 않았다.
베트남전쟁 참전 용사였던 홍헌기 전 미당도예 대표(71)는 고엽제 후유증을 근육운동으로 극복했다. 1972년 백마부대 28연대 도깨비부대로 베트남전에 다녀온 그는 49세 때인 1999년 병원에서 3, 4개월밖에 못 산다고 했다. 하지만 그 무렵 우연한 기회에 근육운동을 접했고 지금도 활기찬 인생을 보내고 있다. 근육운동은 그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43kg까지 떨어졌던 체중이 근육을 키우니 70kg대로 회복됐다”고 말했다. 몸이 좋아지니 근육운동에 더 매진하게 돼 객관적인 결과물도 얻었다. 2000년 5월 서울 미스터코리아 대회에 출전해 마스터스 50세 이상부에서 우승했고, 한 달 뒤 미스터코리아 대회 50대 이상부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근육운동을 한 지 2년이 지나 병원에 갔더니 뇌와 폐에 있던 종양이 말끔하게 사라졌어요.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지금은 뇌와 폐에 깍두기 크기 정도의 흉터만 남아 있습니다.”
근육운동은 우리 몸에 활력을 준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은 “나이가 들수록 근육운동이 중요하다. 근육운동은 성장호르몬을 활성화시킨다. 운동으로 분비된 성장호르몬은 몸속의 아미노산이 근육과 뼈, 조직 등을 재합성하도록 촉진한다. 우리 몸을 새롭게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폐경기 여성들에게 근력운동이 유산소운동보다 갱년기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운동은 면역력도 증가시킨다. 운동으로 체온을 1도 높일 때 면역력은 5배 증가한다.
몸이 달라지면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도 온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근육운동으로 몸이 바뀌면 자존감이 상승한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초라해진 외모 때문에 빠질 수 있는 우울증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엔 90세 이상 노인들도 근육운동을 하면 생리, 심리적으로 좋은 효과를 본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운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