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을 가다]
중국 베이징의 한 기차역에서 한 부부가 어린아이와 함께 있다. 중국은 2016년부터 두 자녀를 허용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출산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자녀를 한 명만 낳다보니 고가의 아동용품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사진 출처 바이두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공원에 나와 춤을 추는 노인들은 늘어나는 반면 아이들은 점점 줄어 초고가 어린이 용품 시장이 성행하는 중국. 이틀 사이에 본 두 장면은 14억 인구 대국 중국의 아이로니컬한 인구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인구 3중고’에 빠진 중국
중국 국가통계국은 매년 2월 전년도 출생아 수를 비롯한 인구 관련 통계를 발표해 왔다. 올해는 이 발표를 특별한 이유 없이 이달 말로 연기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심각한 인구 문제에 곧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국이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지난해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출생아 수는 2015년 1655만 명에서 ‘두 자녀 정책’이 허용된 2016년 1768만 명으로 반짝 늘었다. 다음 해 곧바로 감소세로 돌아서 2017년 1723만 명으로 줄었다. 2018년에는 전년보다 200만 명이나 감소한 1523만 명까지 줄었고 2019년에도 감소했다.
아직 지난해 통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는 시각이 많다. 중국은 1961년 대기근으로 출생아 수가 1187만 명까지 감소한 적이 있었는데 지난해 출생아 수가 여기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일부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공개한 지난해 출생아 수에서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한데 저장성 타이저우(臺州)는 출생아가 전년 대비 33%나 줄었고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광둥성 광저우(廣州)는 17%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화로 ‘생산인구 감소’ 고민
중국 베이징의 한 공원에서 노인들이 전통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중국의 노인 인구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사진 출처 바이두
중국은 2019년 65세 이상 인구가 1억7600만 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12.6%를 차지했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 건강보험이나 연금 등 사회적 지출이 늘어나면서 경제 성장에도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막강한 생산 인구를 기반으로 한 ‘세계의 공장’ 프리미엄을 잃을 수도 있다.
출생아 감소의 원인이기도 한 혼인 감소와 이혼 증가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런민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혼인신고 건수는 813만 건으로 10년 전보다 428만 건 감소했다. 반면 이혼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인구 1000명당 이혼하는 비율은 2014년 2.7%에서 2019년 3.2%까지 늘었다.
노동 참여율이 90%에 달하는 중국 여성들 중에는 막대한 육아 비용 등을 부담하기보다는 싱글족을 택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비싼 집값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10% 상승할 때마다 출산율이 1.5% 하락한다는 통계도 있다. ‘집값이 가장 좋은 피임약’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세 자녀 벌금’ 제도 여전히 유지
출산율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산아제한 규정을 없애야 하지만 세 자녀 이상을 둔 가정에 벌금을 물리는 제도가 중국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올해 초에는 자녀 7명을 낳고 벌금으로 1억7000만 원을 낸 중국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달 열린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4차 연례회의 정부 업무보고에서 “인구 고령화에 적극 대응하고, 적절한 출산율 실현을 촉진하며, 은퇴 연령을 점차 늦추는 국가전략의 시행”을 제안했다. ‘적절한 출산율’은 중국이 2016년 두 자녀 정책을 추진한 뒤 처음 나온 제안이다. 이달 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라 산아제한 등 가족계획법이 폐지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 당국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하락이라는 장기적인 추세를 바꾸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자녀 정책을 포기하고 두 자녀 정책을 시행했을 당시에도 ‘반짝 효과’만 있었기 때문이다.
딩창파(丁長發) 샤먼대 경제학과 부교수는 중국 관영 환추시보 등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산아제한 정책을 포기하는 것만으로 출산율이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출산율을 높이려면 주택, 의료, 교육, 노후 등 민생 문제를 해결해 결혼과 육아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