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가 지난달 19일 자정부터 파리를 포함한 16개 데파르트망(지방차지단체)에 세 번째 셧다운을 선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셧다운 전, 카페와 레스토랑이 이미 6개월째 닫혀 있는 상황에서 끼니 걱정에 슈퍼마켓으로 나섰을 때였다. 평소와는 다르게 슈퍼마켓 입구에서 젊은이들이 팸플릿을 나눠주는데 대충 훑어보니 사회적 기업 ‘사랑의 식당(Restaurant du Coeur)’이 4일간 전국 슈퍼마켓 앞에서 빈곤자를 위한 식량 확보 긴급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내용이었다.
‘마음의 릴레이’라고도 불리는 이 캠페인은 1985년 코미디언인 콜뤼슈가 프랑스에서 처음 시작했다. 1984년 ‘프랑스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세자르상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인물이다. 안타깝게도 자신이 단체를 세운 이듬해인 1986년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콜뤼슈가 당시 사재 3억 원을 자신이 만든 단체에 기부한 것이 도화선이 되어 설립된 이 단체는 한 끼 식사를 당시 15프랑(약 3200원)으로 계산했을 때 20만 명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음식 낭비를 막고 식량은행을 만드는 일에 모두가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고 그 결과 지금은 매일 자원봉사자 7만2000명이 86만 명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고 있다.
이 협회는 정해진 거처 없이 생활하는 노숙인을 위해 긴급 숙박센터도 운영하며 매일 4000여 명에게 의식주를 제공한다. 70개의 어린이보호센터를 통해 부모가 제대로 돌볼 수 없는 아이들을 보살펴주는 서비스를 함께 진행한다. 투명하고 선명한 의도로 이 단체를 운영하기 위해 전국에서 일반인들의 음식 기부도 받고 있다. 장자크 골드만, 이브 몽탕(1921∼1991), 조니 알리데(1943∼2017) 같은 프랑스 톱 가수들이 참여한 옴니버스 앨범 ‘Restaurant du Coeur’를 매년 발매해 그 판매 수익금도 보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밥 퍼주는 목사’로 유명한 최일도 목사가 운영하는 ‘다일 공동체’와 비슷한 성격의 이 단체는 굶는 이들을 따뜻한 한 끼 식사로 돕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빈곤에 대한 저항에 목적을 두고 있다. 코로나로 실직자가 급증해 여러 구호단체가 운영하는 거리 급식센터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빈곤층과 난민 수가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 단체가 벌이는 캠페인은 많은 이들의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누구든 참여하고 싶으면 마켓에서 장을 볼 때 기부할 식료품을 고른 후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자원봉사자에게 전달해 주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전국의 슈퍼마켓에 모인 식량들은 전국 센터에 전달되어 빈곤층 가정에 음식 꾸러미로 전달되거나 2023개 센터에서 집 없는 사람들에게 식사로 제공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장을 보고 나서는 사람들이 건네는 사랑의 릴레이 행렬에 작은 힘을 보태기 위해 구입한 식료품을 건넸다. “작은 빵의 온기를 더해 식사를 제공하겠다”는 콜뤼슈의 약속을 함께 지켜가겠다는 마음을 담아.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