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봄철 피부관리 비법 모공 깊숙이 파고드는 미세먼지, 아토피-염증-기미-주근깨 유발 항산화 성분 풍부한 포도-견과류, 색소성 피부 질환 예방에 도움 “자극 없는 약산성 세안제 쓰고, 건조하지 않게 보습제 바르세요”
의정부을지대병원 박경찬 피부과 교수가 색소성 피부질환으로 고민하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의정부을지대병원 제공
직장인 유모 씨(28)는 얼마 전부터 거울 보기가 두렵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거뭇거뭇한 기미와 잡티가 눈에 띄게 생겨서다. 유 씨는 색소 침착에 좋다는 기능성 화장품을 쓰고 있다. 혹여 잡티가 더 진해질까 봐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도 꼭꼭 쓴다. 하지만 한 번 생긴 잡티는 좀처럼 낫지 않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중국발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유 씨처럼 피부 고민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중금속, 유독성 화학물질 등 다량의 오염물질을 함유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뿐 아니라 피부 깊숙이 침투해 피부 손상을 유발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의정부을지대병원 박경찬 피부과 교수의 도움말로 미세먼지가 우리 피부에 끼치는 영향을 자세히 알아봤다.
○봄 되면 느는 기미와 잡티 왜
봄은 대기가 건조하고 일교차가 커져 피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계절이다. 따뜻해진 날씨에 야외활동이 많아지면서 집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기미나 잡티가 갑자기 눈에 띄기도 한다. 또 우리 피부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유해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황사 등 아주 작은 환경 변화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봄철 피부 변화는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박 교수는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미세먼지는 실제로 피부 깊숙이 침투해 색소 침착, 아토피 피부염, 습진, 피부 노화 등 다양한 피부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기미와 잡티, 주근깨와 같은 색소성 피부질환은 한 번 생기면 쉽게 없어지지 않아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항산화 성분인 레스베라트롤 풍부한 식품 섭취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에는 가급적 피부에 손을 대지 말고 외출 뒤엔 피부에 달라붙은 오염물질이 제거될 수 있도록 반드시 깨끗이 세안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요즘은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됐지만 마스크로 커버되지 않는 눈가나 이마, 미간 등은 외부 오염물질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세정력이 강한 클렌저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개운하고 뽀득한 느낌을 주는 클렌징폼이나 바 형태의 비누는 대부분 알칼리성(pH 7.0 이상)을 띠는데, 우리 피부는 약산성(pH 4∼6)으로 이뤄져 있어 자칫하다간 피부의 천연 보호막까지 제거해 자극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미온수로 가볍게 세안해 모공을 열어준 다음, 피부 장벽과 비슷한 약산성 클렌저를 손에 덜어 거품을 충분히 만든 뒤 부드럽게 문지르듯 세안하는 것이 좋다.
남성들은 여성보다 모공이 넓고 피지 분비가 활발하기 때문에 메이크업을 하지 않더라도 꼼꼼하게 세안해야 한다. 세안 후엔 민감해진 얼굴 전체에 보습 제품을 발라 피부의 ‘유수분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박 교수는 “항산화 성분인 ‘레스베라트롤’은 자외선에 손상된 피부를 보호해주고 미세먼지로 인한 피부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서 “따라서 레스베라트롤이 풍부한 포도나 크랜베리, 블루베리, 견과류 등의 식품을 수시로 챙겨 먹는 습관도 우리 피부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생활환경과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은 가장 쉬우면서도 지키기 어려운 일”이라며 “하루 7, 8시간 충분히 수면을 취하고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봄철 탄탄하고 맑은 피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