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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서 출근하는 직원들 열정에… 폐업 딛고 재기”

입력 | 2021-04-22 03:00:00

성공기 출간 유석영 ‘아지오’ 대표
장애인들이 만드는 수제화 브랜드… 경영난 폐업뒤 문재인 신발로 화제
“품 들어도 발로 뛰며 제작할 것”



수제화 브랜드 아지오 직원들이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들고 있다. 신간 ‘꿈꾸는 구둣방’(왼쪽 작은 사진)에는 장애인 직원들의 우여곡절 스토리가 담겼다. 다산북스 제공


“직원들이 걸어와도 될 출근길을 달려서 오곤 합니다.”

사회적협동조합 ‘구두 만드는 풍경’의 수제화 전문브랜드 ‘아지오(AGIO)’의 유석영 대표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는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우리 공장을 주변에 자랑하고 지인들에게 구두를 소개할 때 오래 고생했던 세월이 감사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문재인 신발’ ‘이효리 신발’로 입소문이 난 아지오의 성공기를 담은 책 ‘꿈꾸는 구둣방’(다산북스)이 최근 나왔다. 유 대표와 직원들은 이 책에서 그간의 우여곡절과 앞으로의 목표를 진솔하게 담았다.

아지오는 조금 특별한 신발 공장이다. 생산부에서 신발을 만드는 직원 12명 중 9명이 청각장애를, 1명이 지체장애를 갖고 있다. 남성화와 여성화 공장장 각 1명을 제외하고는 생산부 전 직원이 장애인이다. 유 대표도 어렸을 때 시력을 잃은 후천적 시각장애인이다. 유 대표는 장애인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고품질의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목표 아래 2010년 회사를 세웠다.

하지만 회사를 경영한 경험이 없던 유 대표가 신발 제작기술이 없는 청각장애인들을 데리고 기업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았다. 2017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신고 온 굽이 닳은 신발이 아지오의 제품이라는 사실이 화제가 됐을 땐 이미 공장이 문을 닫은 지 4년이 지난 뒤였다. 그러나 아지오가 장애인 고용기업이고 이들이 생산한 구두의 품질이 훌륭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재기에 성공했다. 책에는 부침을 모두 겪은 유 대표의 소회와 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겼다. 그는 “손으로 하는 일이 줄고 기계작업이 늘어야 산업이 발전한다고 하지만 손쓰는 일에 주로 종사하는 장애인들에겐 적용되지 않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품이 많이 들더라도 고객의 발을 재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뛰어다니고 모든 구두를 손으로 제작하는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