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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백신수급에 대한 불안보다, 접종 속도 못 내는게 더 문제”

입력 | 2021-04-22 03:00:00

오세훈-박형준 오찬… 백신 입장 밝혀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과 오찬 간담회를 갖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 자리는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오 시장과 박 시장을 초청하고, 두 시장이 흔쾌히 응하여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에서는 유영민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2021.04.21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2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직접 요청하면서 사면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등장했다. 올해 1월 초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사면론을 띄웠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석 달 만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 대통령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도록 작용돼야 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또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수급에 대한 불안보다는 우리가 갖고 있는 백신을 적시에 속도감 있게 접종하지 못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의 백신 확보에는 문제가 없고, 현장의 접종 과정에서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 靑 “사면 건의에 동의·거절은 아냐”

박 시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필요성을 제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 “이해하기로는 동의나 거절 이런 차원의 말씀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고령의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된 데 대해 인간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 공감대, 국민 통합, 이 두 가지 기준에 비춰 판단해야 되지 않느냐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도 오찬 뒤 부산시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면에 문 대통령이 ‘충분히 제기할 만한 사안’이라고 답변했다”며 “(적절한) 시간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답변은 1월 신년 기자회견 때와는 온도 차가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 하물며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또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여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사면에 대해 동의나 거절의 뜻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것 자체가 임기 말 사면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뜻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 참석자는 “오히려 (문 대통령이)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느꼈다”고 전했다.

○ 文 “기모란, 전혀 문제라고 생각 안 해”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질병관리청이 명단을 정해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방식이어서 속도가 잘 안 났는데, 이제는 지자체가 자율성을 갖고 선정하고 방역 당국은 물량을 공급하는 식으로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백신 수급을 둘러싼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접종 방식이 더 문제라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또 “초기에 노인을 비롯한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이 먼저 이루어져서 확진자 수는 그렇게 줄지 않고 있지만 위중증 환자는 많이 줄었고 사망자도 줄어들어서 그나마 다행스럽다”고도 했다. 접종 방식에 대해 방역당국은 5월부터 접종 전 절차를 간소화하고 대상자가 직접 시간과 기관을 선택하는 예약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오찬에서는 기모란 대통령방역기획관도 거론됐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아직도 청와대에 오면 마치 벼슬을 하는 것처럼, 대단한 권력을 가진 것처럼 외부에서 보는 것 같다. 기 기획관은 우리가 설득해서 모셔온 분인데 그렇게 비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남편이 전직 야당 의원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민유숙 대법관의 남편인 문병호 전 의원 등을 예로 들며 “그런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왜 그런 것을 신경 써야 되느냐”고 말했다.

이날 오찬 회동은 문 대통령이 제안했고 1시간 17분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문 대통령이 야당 인사를 초청한 건 지난해 5월 여야 원내대표 회동 이후 11개월 만이다. 야당 인사만 초청한 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두 시장에게 “선거와 행정은 다르다. 충분히 협력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와대에서는 정무수석을 소통창구, 협력창구로 할 테니 두 시장님도 창구를 하나 정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오 시장에게는 “국무회의에 꼭 참석해 달라. 다른 광역단체장들의 의견도 전달해 달라”고 당부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윤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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