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스와프 논란]‘백신’ 다급한 정부, 전방위 총력전
6월까지 한국의 ‘백신 기근’이 예고된 상황에서 백신을 빌려주고 나중에 백신으로 갚는 스와프에 미국이 국내 사정을 내세워 일단 난색을 표하자 다급해진 정부가 반도체 투자를 지렛대 삼아 백신 지원을 미국에 설득하는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백신 스와프 난색에 다급해진 정부
정 장관은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미국이 국내 사정이 매우 어렵다며 올해 여름까지 집단면역 계획이 있어 이를 위한 미국 국내 백신 비축분이 여유가 없다는 입장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스와프라는 개념보다는 서로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는 방안에서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백신을 빌리고 나중에 백신으로 갚는 스와프 방식은 현재로선 쉽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를 감안한 듯 정 장관은 “지난해 코로나19 초기 한국이 한미동맹의 특별한 관계를 감안해 진단키트와 미국이 굉장히 부족한 마스크를 대량으로 지원한 바 있다. 이를 미국에 설명하고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걸 강조하며 백신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며 선의에 기대는 발언도 했다.
○ 반도체·배터리 대미 투자로 백신 끌어오나
청와대는 한국의 대미 반도체 협력을 강조하면 미국 백신 확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과 백신을 맞바꾸는 방안에 미국이 일단 난색을 표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안보 사안으로 다루며 삼성전자 등에 공격적 투자를 강조한 반도체를 카드로 내세우기 시작한 것.
다만 청와대와 외교부는 민간기업의 투자에 직접 개입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백신과 반도체를 직접 맞교환하는 방식 대신 “한국이 반도체 등에서 협력할 것이니 미국도 한국에 백신을 지원해야 진정한 친구”라는 논리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도 ‘한미 백신 스와프’ 협의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본보 질의에 “우리는 비공개인(private) 외교적 대화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한미 간에 물밑에서 협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에둘러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신과 반도체가 본격적인 한미 간 현안으로 떠올랐다.
그는 ‘반도체가 백신과 교환의 대상이냐’는 질문에 “교환 대상이라고 보지 않는다. (반도체와 배터리는)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것이라 정부가 나서서 미 측과 협의 대상으로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반도체 분야나 미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우리 기업이 능력 있는 자동차용 배터리 등 여러 협력 분야가 있다”며 “(미국에 대한) 민간기업의 협력 확대가 미국 조야로부터 한국이 지금 백신 때문에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줘야 한다는 여론 형성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장관은 “듣기로 이미 (민간에서) 상당 규모의 대미 투자를 구상하는 것 같다. 우리 기업의 이런 노력이 한미 관계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이미지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