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 V’의 도입 가능성을 점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계가 백신 품귀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플랜B’ 구축을 위해 백신 다양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스푸트니크V는 소련 시절 1957년 세계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의 이름에 따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전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이 만들어졌다며 스푸트니크V를 자랑했지만 초창기에는 ‘물백신’이란 소리를 들으며 미국과 유럽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그럴 만도 했던 것이 당시 스푸트니크V는 임상 3상을 거치지 않았으며 제조 과정과 효과 등을 의학계에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 두 달 전인 2월 초부터 스푸트니크V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스푸트니크V의 임상 효과가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에 실리면서부터다. 랜싯의 권위는 의학계에서도 높은 수준에 속한다. 랜싯에 연구 결과가 실리기 위해서는 동료 전문가는 물론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거쳐야 한다.
당시 랜싯에는 스푸트니크V를 21일 간격으로 2차례 투여된 사람에게서 91.6%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보인다는 발표가 실렸다. 스푸트니크V를 조롱하던 미국의 언론도 평가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 소식을 가장 먼저 보도한 것이 권위있는 뉴욕타임스였으며 블룸버그는 “조롱받던 러시아 백신이 인류 희망으로 급부상했다”고 적었다.
이언 존스 리딩대 교수와 폴리 로이 런던 위생 열대의학 대학원 교수는 “스푸트니크V 백신 개발은 급박하고, 부실하고, 임상의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이번에 보고된 임상 결과는 분명하고, 예방 접종의 과학적 원리도 증명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스푸트니크 V 백신은 각각 10달러(1만1000원)가 드는 2회 접종이 필요하다. 스푸트닉 백신은 특히 냉장보관이 필요하지 않아 유통에 큰 강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안전성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독일도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마르쿠스 죄더 독일 바이에른주지사는 유럽의약품청이 스푸트니크V를 승인할 경우 이 백신 250만회분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2월 “우리는 오늘 러시아산 백신에 대한 좋은 자료를 읽었다”며 “EMA의 승인만 받으면 독일은 모든 백신을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스푸트니크V도 안전성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백신 역시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과 같이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제조된 탓이다. 일각에서는 다른 코로나19 백신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일어나지 않고 다른 전염병 예방력을 취약하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백신 물량을 위해 확보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고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현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하고 사과가 필요하면 하더라도 입장을 표명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