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쏘아올린 李·朴 사면론 "사면과 국민통합이 무슨 관계" 보수성향 시민들도 고개 갸우뚱 고령층은 사면 강력 찬성하기도
최근 정치권에서 ‘국민통합’을 이유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공존하고 있다.
최근 두 전 대통령의 사면을 촉구하는 건 야권이다. 지난 20일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에게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을 건의해달라고 요청한데 이어, 21일엔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자리에서 “큰 통합을 재고해달라”며 사면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홍준표·유승민 전 의원 등 당 밖 주자들까지 사면을 언급하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모(51)씨는 “(유죄가 선고된) 전직 대통령들이 감옥에서 나오는 것과 국민 통합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태극기 부대 등 일부 지지자들은 만족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소수 아니냐. 대다수는 반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잘못해서 감옥에 갔는데 대통령이라고 해서 예외로 치면 원칙이 무너질 것”이라고 봤다.
윤모(44)씨는 “특별사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낮은 만큼 지금 언급하는 건 위험하다”며 “오히려 상황이 더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과 4개월 전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두 전직 대통령의 죄에 대해 사과 의사를 밝혔는데, 이제 와서 같은 당 의원들이 사면 얘기를 하니 다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시절로 돌아가려는 건가 싶다”고 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에 가깝다고 밝힌 이들 중 일부도 사면론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특히 청년층에서 통합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그러면서 “연령에 따라 사면을 긍정적으로 보는 계층도 있겠지만 주위 친구들을 보면 거의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오 시장에게 표를 던졌다는 최모(28)씨는 “분명히 전직 대통령이 2명이나 수감돼 있는 것은 좋지 않은 그림이지만, 지난 과오를 진정으로 뉘우치기 보다는 사면을 주장하는 모습에서 약간 반발심이 든다”고 밝혔다.
역시 오 시장을 뽑았다고 한 임모(26)씨는 “사면한다고 여론이 통합되진 않을 것 같고 특히 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탄핵을 당한 경우였기 때문에 (사면에 대한) 반발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장이 정치적 영향력이 큰 자리이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사면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자신의 당선을 이끈 이들이 현 정권의 정책 실패나 태도에 실망한 상황에서 그런 부분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본인을 70대라고 밝힌 A씨는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 감옥 많이 가 있는 나라도 없다. 나라 망신이고 창피스러운 일”이라며 “적당히 하고 내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모(74)씨는 “예전에 DJ(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노태우·전두환 다 사면했었다”며 “세상에 티끌 없는 사람이 어디있냐. (사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