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기자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는 첨단 자율주행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기본 설치되는 ‘오토파일럿(Autopilot)’과 추가비용을 내고 쓸 수 있는 ‘FSD(Full Self Driving)’. 크게 두 종류다. 많은 사람이 테슬라에 열광하게 만든 두 기술의 이름만 보면 탁월한 자율주행 기술처럼 보인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총 6단계(레벨0∼레벨5)로 나뉘는 자율주행 기술에서 3단계(레벨2)에 해당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있지만(Hands Off) 전방과 주변에서 눈을 떼지 않고 돌발사태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수준이다. 이는 자율주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테슬라를 포함한 많은 브랜드가 대중화시킨 ‘유사 자율주행 기술’을 정확하게 가리키는 단어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다. 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해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하면서 설정된 속력에 맞춰 차선을 지키며 달리는 능력이 핵심이다. 자율주행 기술로 분류되는 것은 이 다음인 4단계(레벨3)부터다. 전방을 보지 않아도 되는 단계(Eyes Off·레벨3)와 운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단계(Mind Off·레벨4)가 그다음이다. 최종 목표는 운전자가 없어도 되는 단계(Driver Off·레벨5)다.
도로 위의 다양한 변수와 인공지능(AI) 오류 가능성까지.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은 쉽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언젠가는 실현될 것이다. 기술 발전의 역사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오토’나 ‘셀프 드라이빙’ 같은 말은 아직 사실이 아니다. 많은 자동차 브랜드는 테슬라와 비슷한 기술에 오토파일럿 같은 말을 쓰지 않는다. 그 대신 파일럿 어시스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같은 단어를 쓴다. 운전자를 돕는 기술이라는 뜻이다.
어떤 브랜드는 이런 기술을 홍보할 때 ‘반자율주행’이라는 표현도 강하게 배제한다. ‘어시스트’와 ‘오토’의 차이를 운전자가 오해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이 끔찍하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바꾸고 있는 기업이지만 작명에서는 낙제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