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한국에서 가장 흔한 것은 산과 골목길. 며칠 전에 누가 봐도 뻔한 산길과 좁디좁은 주택가 골목을 담은 사진을 올렸다. “여러분 이 골목이 여러분에게도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나요?”라는 글귀와 함께. 결과는 놀라웠다. 많은 사람이 “그렇다”면서 자기만의 골목길 경험, 거기서 겪은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화려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것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SNS 계정을 통해 많은 사람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크고 작은 문제들도 조금씩 알아간다. 한국에서 살면서 느끼는 작은 어려움들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 최근에 듣게 된 한국인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이야기 몇 개를 나눠볼까 한다.
이사를 가면서 인심이 넉넉한 집들은 이삿짐센터 직원들에게 고생한다며 점심을 대접하거나 팁을 챙겨주곤 한다. 그런데 일부 센터의 한국인 직원들은 집주인에게 ‘보너스’를 받았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일당에서 이 돈을 차감하고 지급하는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마당에 외국인 근로자들은 외국에 나와서 일하다 보니 무거운 짐을 들거나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는 일이 빈번하다. 한국어를 능숙하게 하지 못하거나, 문화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또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지 못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어떤 이들은 “그렇게 힘들면 고국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한국도 독일로, 중동으로 노동 인력을 보내 외화를 벌어 한국의 경제성장에 이바지한 경험이 있다. 아픈 추억과 같은 고난을 경험한 사람끼리 사이좋게는 지내지 못하더라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고 약속한 금액으로 보너스가 돌아오면 나눌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혹시라도 이삿날 이삿짐센터 직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거나 팁을 지급하고 싶다면 직접 식사비를 계산하거나 직원들에게 잘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꿈을 품고 찾아온 대한민국 곳곳에서 한국 젊은이들도 꺼리는 어렵고 힘든 ‘3D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건강과 젊음을 모두 바치고 하루하루 힘겹게 보내는 이유는 가족과 미래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 꿈을 성취해 귀국하는 사람들도 있다.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고국에서는 칭찬받고, 이런 경험들이 모이면 한국에서의 기억은 양국 간의 관계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들은 한국과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을 것임에 분명하다. 너나 할 것 없이 앞서 언급한 허름하고 좁은 한국 골목길의 추억을 떠올리며 흐뭇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