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갑 한 점 갤러리 클립 대표
내 생애 첫 인테리어는 9년 전이었다. 서촌 한옥으로 이사를 오면서 1000만 원을 들여 마당에 덱을 깔고 주방에 있던 상부장을 트고 나무 선반을 걸었다. 화장실이 밖에 있어 안방에서 연결되도록 문도 달았다. 마당 넓은 ‘ㅁ’자 집이었는데 오래되고 불편해 전세금이 2억 원 남짓했다. 아내가 그대로는 못 산다며 사정하듯 해 1000만 원을 받아갔다. 그때만 해도 외벌이였던 터라 그런 데 꼭 돈을 써야겠냐며 옥신각신하다가 마지못해 내줬다. 전셋집에 공사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엄마는 “느그는 아무튼 미쳤어야” 하며 혀를 끌끌 찼고 아는 형은 “돈이 썩었는갑다”라며 혀를 끌끌 찼다. 나 역시 속으로 불만이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남의 집에.’
그리고 반전. 그렇게 돈을 써 조금은 편리하고 예쁘게 꾸며 놓은 집을 가장 알뜰살뜰 누리고 사랑한 사람은 나였다. 덱을 깐 마당에서 주말마다 고기를 굽고, 벌러덩 누워 하늘을 올려다봤다. 나무 선반으로 바꾼 주방에 빛이 들어오면 사진이 기가 막히게 잘 나왔고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그 이후 우리는 이사를 갈 때마다 인테리어를 필수처럼 생각한다. 한옥에서 나와 빌라로 들어갈 때도, 한옥을 못 잊어 다시 한옥으로 갈 때도, 서촌에 작은 집을 지으면서도 계속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인테리어를 했다. 적극적으로 행복할 준비를 하는 것, 그것이 인테리어 같다. 자아와 개성의 표현, ‘오늘의 행복에 베팅하는 MZ세대’ 같은 의미 부여는 잘 와 닿지 않는다. 그저 많은 것이 빡빡하게 돌아가는 시대, 조금이라도 더 나를 위하고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고 싶을 뿐.
정성갑 한 점 갤러리 클립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