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 광풍]“가입하면 코인 지급… 지인 끌어오면 현금” 유혹 각종 이벤트 내세워 소비자들 호객… 국내 거래소 중 B등급 이상 6곳뿐 특금법에따라 대다수 폐쇄 불가피, 투자자 보호 제도 없어… 우려 커져
대학생 박모 씨(25)는 올해 초 한 중소형 거래소에 가입해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다. 이름 있는 대형 거래소도 알아봤지만 가입만 하면 2만 원 상당의 코인에 기프티콘까지 준다는 말에 넘어갔다. 조만간 거래소가 시중은행과 손잡고 실명 확인 계좌를 발급해 준다는 약속도 솔깃했다. 박 씨는 “은행과 제휴했다는 소식은커녕 중소형 거래소들이 문 닫을 수 있다는 얘기만 들려 불안하다”고 했다.
국내에 난립한 200여 개 가상화폐 거래소 중 상당수가 무더기로 폐쇄할 가능성이 커지는데도 여전히 ‘무료 코인’ ‘연 90% 코인 이자’ 등을 내걸고 투자자를 유인하는 중소 거래소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런 거래소에 발을 들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연 90% 이자, 공짜 코인으로 투자자 유혹
최근엔 시중은행과 제휴를 앞두고 있다고 광고하는 거래소가 크게 늘었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9월 말까지 실명 계좌를 갖추지 못한 거래소는 영업을 할 수 없다. 은행에서 실명 계좌를 받기 어려운 중소형 거래소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이 같은 광고를 내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선 9월 이후 살아남을 거래소가 4, 5개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미 자발적으로 문을 닫는 거래소도 나왔다. 2018년 10월 문을 연 거래소 ‘데이빗’은 6월부터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데이빗 측은 “특금법 시행에 따른 규제 환경의 변화로 정상적인 거래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졌다”고 했다.
거래소들이 규제 환경 변화에도 투자자 모집에 적극 뛰어드는 것은 3년 만에 다시 불붙은 코인 광풍을 타고 신규 투자자가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 거래소는 거래가 급증하면서 하루 수수료 수입이 1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 글로벌 평가 상위 등급 거래소 6곳뿐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 분석사이트 ‘크립토컴페어’가 내부 규율, 데이터 공급, 보안 수준, 자산 다양성 등을 기준으로 세계 거래소를 평가한 결과, 국내에서 B등급 이상을 받은 거래소는 6개에 불과했다.
황수성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형 거래소는 거래량이 적다 보니 시세 조종 등 작전 세력이 개입할 여지가 더 크다”며 “투자자는 거래소 옥석을 가려 이용하고, 금융당국도 거래소 무더기 폐쇄의 부작용을 막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벌집계좌:: 은행에서 실명 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운영하는 거래소 법인 명의 거래 계좌.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실명 확인 없이 이 법인 명의 계좌로 받고 개인 장부 형태로 입출금을 관리하기 때문에 불법 거래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
김자현 zion37@donga.com·박희창·이상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