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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정부에 화이자 회장 연결해줘 협상 실마리”

입력 | 2021-04-23 03:00:00

[코로나 백신]작년 12월 백신 협상때 역할 재조명
정부 ‘조기도입’ 동분서주했지만 화이자 고위층 접촉 못해 ‘발동동’
李부회장 인맥 동원 연결고리 찾고 ‘잔량없는 주사기’ 제안해 합의 성공




“우리 정부가 화이자 아시아 담당 실무 임원 과 협상을 벌였지만 답보 상태였다.”

22일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숨 가쁘게 진행되던 화이자와의 백신 협상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올해 3분기(7∼9월)로 예정된 화이자 백신 도입 시기를 2분기(4∼6월)로 당기기 위해 만방으로 뛰던 때다. 이 관계자는 “실마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인맥에서 풀렸다. 이 부회장과 삼성의 막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체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 백신 확보에 이 부회장 등 기업인들이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백신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올 1월 이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 실제로 백신 수급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쏠리는 상황이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백신 조기 도입을 위해 삼성뿐 아니라 바이오 제약 계열사가 있는 SK, LG 등 주요 기업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몸값이 올라간 화이자의 최고위층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이때 이 부회장도 나섰다. 화이자 관계자를 찾다가 사외이사 리스트에서 가까운 지인을 발견했다. 그 지인은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회장인 것으로 전해져 있다. 이 부회장과 나라옌 회장은 2011년 미국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만난 데 이어 그해 7월 나라옌 회장이 방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휴가 중이던 나라옌 회장에게 전화해 화이자 회장과 백신 총괄 사장을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2월 22일, 화이자 고위 관계자와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이 참석한 화상회의로 이어졌다.

당시 협상 관계자는 “이 화상회의에서도 처음엔 다소 형식적인 대화가 오갔다. 이때 삼성 측에서 ‘잔량이 남지 않는 주사기가 필요하지 않냐’며 새로운 카드를 던졌다”며 “화이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미리 파악해 협상 카드로 던지자 답보상태이던 회의의 흐름이 확 달라졌고 결국 화이자는 이달 한국에 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1월 사업차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계획했을 때도 사업 협력과 더불어 UAE가 확보한 백신 물량 공유를 논의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출장 직전 구속되면서 계획은 무산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수감 이후에도 삼성에 백신 확보를 적극 지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며 “기업인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삼성을 넘어 국가적으로 중요한 자산인 만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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