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2021.4.21/뉴스1
서울중앙지법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2차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하자 피해자와 피해자 지원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내부 논의와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고령으로 하나둘 생을 마감하고 있으며 정부에 등록된 240명 가운데 생존자는 이제 15명 뿐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민성철)는 21일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했다. 외국의 주권적 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인정하는 것이 국제관습법상 유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정의기억연대 등으로 구성된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법원이 일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며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제34민사부가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의 예외를 허용해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판결의 의미를 스스로 뒤집었다”고 지적했다.
◇ICJ 제소 찬반 엇갈려 “한국·일본 모두 만족” vs “실효성 없어”
위안부 피해 문제를 ICJ에 제소하는 데 대한 전문가들의 판단은 엇갈렸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의 신희석 연세대 법학연구원 박사는 “피해자 요구의 핵심은 금전배상이 아니다”라며 “일본이 위안부 제도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고 있고 사죄에도 진정성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ICJ에서는 쟁점별로 개별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원하는 결과가 조금씩 반영되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신 교수의 주장이다. 신 교수는 “제3자인 ICJ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각국이 원하는 핵심 사안을 판단해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ICJ 제소하기 위해서는 양국이 재판에서의 쟁점을 합의해야 하는데 양측이 원하는 쟁점이 달라 합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ICJ에 정부가 모든 것을 ‘올인’해야 하는데 그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3년이 넘는 기간 다투면서 한일 간의 긴장관계가 팽팽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ICJ 제소를 계기로 한일 국민감정이 나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핵심은 ‘피해자 명예·존엄 회복’…국내 논의·외교 협력 함께 가야
결국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이자 피해자들의 명예·존엄인 만큼 이를 이룰 수 있는 외교적 해법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교수는 “2015년 ‘위안부 합의’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양측의 최소한 요구를 담았다”며 보다 더 진전된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와 동시에 국내에서는 역사기념관을 설립해 추모, 연구·조사 활동, 재교육 등을 하는 ‘상징사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도 국내에 해당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대화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 합의’가 뒤집어진 이유는 피해자 단체의 의견을 수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우리 내부에서도 어떤 방법을 일본에 제시할지 논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