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라니까요. 재난”
한국과 6시간 시차인 불가리아 소피아에 있다는 레슬링 대표팀 관계자 A씨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올림픽 티켓이 걸린 마지막 기회를 살리기 위해 이역만리로 가야했던 그는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답답함만을 호소했다.
상황은 이랬다. 앞서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아시아 쿼터 대회에 참가했던 레슬링 대표팀은 선수단을 둘로 나눠야 했다. 다음달 6일부터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리는 세계 쿼터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귀국 대신 바로 소피아로 이동을 택했다. 그런데 국내로 돌아간 선수단 중에서 선수 5명과 트레이닝 코치 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어서 소피아로 이동한 선수단에서도 선수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알마티에 머물 당시 유증상자가 없었기에 더욱 충격적인 결과였다.
현장 관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25명 선수단 중에 선수, 코치진을 제외한 별도의 운영 인력이 전무한 상황이다. 대한레슬링협회 관계자와 수시로 연락을 취하곤 있지만 시차가 있다보니 협회 또는 대한체육회 차원의 협조를 즉시 구하기 어렵다. 이에 현지 스태프들이 대사관의 협조를 통해 가까스로 1인 1실 숙소를 마련해놓은 상황이다. 대회에 대비한 별도의 훈련 스케줄을 잡기는커녕 추가 확진자가 나올 경우 대처 방안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도쿄올림픽 개막을 92일도 남겨놓은 레슬링 대표팀의 현 주소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