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의 구원투수로 떠오르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이스라엘은 구매를 무르고 싶어하는가하면, 덴마크는 접종을 중단한 채 남는 분량을 독일에 나눠주기도 한다.
그러나 AZ로 최초 백신 접종을 시작해 국민 절반가량이 1회 접종을 마친 영국에서는 AZ든 화이자든 1회 접종 시 코로나19 감소 효과가 6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백신의 이익이 위험을 능가하는 만큼 현재 승인된 모든 백신으로 접종을 서둘러 팬데믹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23일 로이터·AFP 및 각지 언론을 종합하면 초기 AZ 백신을 다량으로 확보한 선진국들은 혈전 논란 이후 자국 접종을 중단하거나 연령 제한으로 비중을 줄이고, 남는 백신을 다른 나라로 보내고 있다.
덴마크는 아예 14일부터 AZ 백신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만으로 접종을 이어가고 있다. 안전성이 보장되면 다시 접종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결국 보유 중인 20만 회분 중 5만5000회분을 접경지인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에 빌려주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선주문한 1000만 회분을 무르고 싶어한다. 이스라엘 코로나19 최고 방역책임자 나흐만 아쉬 교수가 직접 언론에서 “AZ 백신이 이스라엘에 오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 쓰지도 않고 버려질 것”이라고 말하며 ‘계약 철회’ 의사를 내비쳤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이를 거부해 당황스러운 기색이다. 이스라엘은 최근 화이자와 모더나 3600만 회분을 추가 구입하기로 계약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작년 12월 8일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접종을 시작한 코로나19 백신이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와 공동 개발했다. 모더나와 화이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유통과 보관도 용이해 세계의 구원투수로 떠올랐고, 각국이 확보에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 혈전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불거졌고,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이 “이익이 위험을 능가한다”며 계속 접종을 권고했어도 불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AZ 백신과 같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존슨앤드존슨(J&J) 백신 혈전 논란도 커지면서 덩달아 AZ 저항감도 다시 커지고 있다.
아시쉬 자 미국 로드아일랜드 브라운보건대학과장은 “이미 전 세계에서 300만 명 넘는 목숨을 앗아간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 부작용에 너무 집중하는 것은 ‘잘못된 프레임’”이라며 “우리가 백신과 매우 드문 부작용에 대응하는 방식(접종 중단)은 장기적으론 득보다 실이 많다. 팬데믹만 장기화할 뿐”이라고 말했다.
오웬 섀퍼 싱가포르국립대 생물의학윤리센터 조교수는 “(접종 중단 관련 이익과 위험) 계산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정도와 백신 수급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실제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및 코백스를 통한 백신 지원을 기다리는 개발도상국들은 당장 백신 한 병이 아쉬운 상황이다.
한편 옥스퍼드대와 영국 보건부·통계청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지난 3일까지 37만3402명의 코와 목 검사 표본 160만 건 이상을 분석해 23일 발표한 합동 연구조사 결과, AZ든 화이자든 상관 없이 백신 1차 접종 후 감염률이 6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혈전증은 코로나19의 합병증이기도 하며, 코로나19 감염으로 뇌혈전을 앓을 가능성이 백신 접종으로 인한 위험보다 10배 더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억4534만6871명, 누적 사망자 수는 308만5288명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