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국면에서 제1야당을 이끌 선장을 뽑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전이 23일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영남 출신 3선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은 이날 오전 처음으로 공식 출마 선언을 했고, 다른 당권주자들의 공식 도전도 이어질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다음주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다.
● 중진 對 초선 대결 구도 짜여지나
21대 총선에서 참패했던 국민의힘은 4·7 재·보궐선거 압승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내부적으로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당권 주자들도 “내가 정권 교체를 위해 당을 이끌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 의원도 이날 출마 선언에서 “내년 정권 교체의 필수 조건인 범야권 대통합, 후보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선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내 자신을 불사르고 재도 남지 않도록 완전 연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중진 의원들에 맞설 초선 의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101명 중 초선은 56명에 달한다. 김웅 의원(서울 송파갑)이 초선 중에선 유일하게 의원총회에서 당 대표 도전 의사를 밝히고 공식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다. 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로 치러지는 당 대표 선거 룰을 고려할 때 당원 지지세가 약한 초선들의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당 쇄신을 이유로 당원 투표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초선들의 추가 도전이 이어지면 ‘중진 대 초선’ 대결 구도가 한층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 원내대표 선거와 맞물린 ‘영남 對 비영남’ 구도
지역 안배론도 차기 당 대표 선거를 관통하는 요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초선 의원들이 4·7 재·보궐선거 직후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자”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원내대표 선거전 역시 ‘영남 대 비(非)영남’ 구도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 정권 교체에 성공하려면 대구·경북 또는 부산·경남 출신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독식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이런 지역 대결 구도를 의식한 듯 조 의원도 이날 출마 선언에서 “나는 수도권 이미지를 가진 영남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원내대표가 어느 지역 출신으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당권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장외 훈수’도 당 대표 선거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주 권한대행을 겨냥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작당했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당이 근본적으로 변하려면 차라리 초선을 당 대표로 뽑는 게 대선을 위해선 효과적”이라는 말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이 외곽에서 당권 주자들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으며 직·간접적으로 당 대표 선거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당권 경쟁에서 뚜렷한 선두 주자가 없기 때문에 중진과 초선, 영남과 비영남 등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은 누가 정권 교체를 위해 효과적으로 당을 이끌 수 있는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석기자 coolup@donga.com
유성열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