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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檢총장 인선기준은 “文 국정철학” 아닌 ‘정치적 중립성’

입력 | 2021-04-24 00:00:00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어제 새 검찰총장 인선 기준과 관련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열리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앞두고 법조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새 총장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민감한 시점에 나온 발언이다.

대통령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는 청와대 참모나 정부 각료 인선의 기준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검찰총장의 자질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대통령의 의중에 반하더라도 법과 원칙대로 수사할 수 있는 인물이 총장으로 적합하다. 검찰청법에는 “검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명시돼 있고, 검사를 대표하는 총장은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더 무겁기 때문이다.

이번 인선은 정권과 관련된 수사를 놓고 여권과 갈등을 빚다가 사퇴한 윤석열 전 총장의 후임을 결정하는 것이다. 지난해 이른바 ‘추-윤 갈등’을 지켜보면서 총장의 중립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또 불과 10개월 반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고려해서라도 정치적 중립성이 새 총장의 제1 기준이 돼야 한다. 정치적 중립성에 시비 소지가 있는 인물이 검찰총장이 될 경우 야당의 반발을 부를 것이 뻔하고 이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친정부 성향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총장 후보에 포함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9명의 추천위원 중에는 박 장관이 위촉한 4명과 법무부 검찰국장이 포함돼 있다. 박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박 장관이 ‘코드 인선’을 주문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발언을 함으로써 중립성을 갖춘 인사가 총장 후보로 추천될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게 됐다. 검찰이 제 역할을 하도록 이끌 총장을 찾아서 임명하는 게 정부의 책무다.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국민의 준엄한 질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