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땅 투기 의혹 사건과 관련해 혁신안을 만들고 있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LH의 핵심 권한과 기능은 고스란히 남겨 둔 채 일부 주변업무만 분리해 별도 조직을 신설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당정이 LH사태를 부분적 조직개편과 개인적 일탈에 대한 처벌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당정이 마련 중인 혁신방안에는 대규모 택지 및 신도시 개발 권한을 이전처럼 LH가 보유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 대신 공공임대주택 공급·운영과 주거급여를 맡은 주거복지 분야는 따로 떼어내 ‘국가주거복지공단’(가칭)을 만들기로 했다. 선거 전 정부 여당이 공언했던 ‘해체 수준의 개혁’과 한참 거리가 먼 내용이다 보니 여당 내에서조차 “국민 눈높이를 충족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한다.
LH사태는 택지개발, 주택공급 권한을 정부에서 과도하게 위임받아 수행해온 LH의 권한이 비정상적으로 커졌고, 내부에 집중된 정보를 일부 임직원들이 개인 잇속 챙기기에 이용하면서 발생했다.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개발 권한을 민간이나 여타 공공기관으로 분산해 LH가 누려온 독점적 지위를 축소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데 당정은 이 부분을 ‘추후 검토 사항’으로 미뤄두려는 분위기다.
이런 맹탕 혁신안이 나온 데에는 ‘공공주도 주택공급’ 정책의 고삐를 죄려는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공 재건축·재개발,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수도권 3기 신도시 등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은 대부분 LH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주도 공급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투기 근절과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LH의 도덕성과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국민의 신뢰가 뿌리까지 흔들린 상황에서 이런 함량 미달 혁신안으로 적당히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다음 달 혁신안을 확정해 발표하기 전까지 정부와 여당은 택지 및 공공주택 공급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