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보수 압승으로 北 태세 전환 주목 정상회담 등 상징적 ‘외교 쇼’ 참여 가능성 대화 긍정적이지만 ‘北 비핵화’ 헛된 꿈 버려야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얼마 전까지 남북관계의 모습은 꽤 이상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규모 대북 지원 및 문화·인적 교류 등의 공동 행사를 많이 제안했다. 그러나 북한 측은 무시 또는 거부로 일관했으며, 심지어 대북 지원에 대한 열망을 많이 보여주는 문재인 정부를 모욕하거나 도발하기도 했다. 작년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북한의 대남 접근법의 특성을 잘 보여주었다.
북한의 태도는 터무니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충분한 논리 및 정치적 계산에 기반을 둔 전략이다. 청와대는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지만, 대북 제재를 위반하지 못할 뿐 아니라 미국의 불만을 유발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남한 측은 유엔 제재에 어긋나지 않고, 미국도 반대하지 않을 남북 교류 행사만 계속 제안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의 기본 희망은 남한 측이 상징적인 행사를 제안하는 것 대신에, 외교수단으로 미국을 설득하고 제재 완화를 가져오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남한 진보파 역시 북한과 같은 희망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이미 알려주었다. 그런데 미국의 분위기를 보면 이 노력이 성공할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이 미국을 설득해서, 혹은 미국과 유엔 제재를 무시하고 대규모 대북 지원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남한과의 협력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나 이번 보수파의 압승은 북한의 대남 전략을 바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은 미국과 유엔 제재에 도전할 생각이 없는 남한 진보 정부에 불만이 있지만, 보수파를 훨씬 더 싫어하기 때문이다.
남한 진보파는 외교 수단을 동원해서 대북 제재의 완화를 추진하며 북한을 지원할 방법을 찾고 있지만, 보수파는 전혀 그렇지 않다. 원래 보수파의 대북 정책은 유연성이 없지 않았지만, 최근에 그들의 대북관은 많이 엄격해지고 굳어졌다. 보수파는 북한이 의미 있는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북한을 관리할 방법은 제재와 압박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북한은 보수파가 희망하는 양보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따라서 보수파가 집권할 경우 남한은 북한을 무시할 가능성이 크며, 미국의 강경노선을 열심히 지지할 것이다.
그 때문에 북한은 남한에서의 보수파 부활의 가능성을 가로막고 2022년 대선에서 진보파의 재집권을 도와줄 상황에 처했다. 청와대는 남북 공동 문화 행사나 체육 경기를 함으로써 동북아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의도도 있는데, 보다 더 중요한 목적은 국내에 외교 능력을 보여주고 지지를 높이는 것이다. 현 단계에서 북한은 남한 진보파의 지지율 향상을 원할 이유가 생겼고, 남북한 상징 외교 쇼에 참여할 가능성이 생겼다. 물론 오늘날 남한 유권자들은 북한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 그러나 접전이 벌어질 것 같은 대선 때, 민심의 작은 변화도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