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분담금 · 美 엔진 수출 허가 해결로 수출 경쟁력 확보해야
KFX 사업은 체계 개발 궤도에 오르기까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시간을 거쳤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타당성 검토를 통과하지 못하는가 하면, 핵심 기술 확보와 예산 관련 문제가 불거져 수차례 위기를 맞았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체계 개발에 착수한 지 5년 만에 시제기가 세상 빛을 봤다. 항공기 개발 선진국 사례와 비교해도 기적과 같은 속도다.
KF-21 성능, 5세대 전투기에 필적
2032년까지 KF-21 120대가 우리 군에 배치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6~2028년 공대공 전투 능력만 지닌 블록1 버전 40대, 2029~2032년 성능 개량으로 공대지·공대함 능력을 갖춘 다목적 전투기 블록2 버전 80대가 도입된다. 당국은 2030년대 초 추가 성능 개량을 통한 블록3 버전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성사된다면 중거리공대공미사일 2발과 소형 활공유도폭탄 SDB 4발을 갖춘 5세대 전투기가 될 전망이다. KF-21 블록1·2는 내부 무장창이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거의 모든 성능이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수준에 가깝다.
KF-21은 4.5세대 전투기로는 최고 수준의 저(低)피탐 설계가 적용됐다. 저피탐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 ‘레이더 반사 면적(RCS)’의 경우 라팔이나 유로파이터 타이푼(1㎡)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상당수 항공 전문가는 KF-21 저피탐 성능을 스텔스기 수준인 ‘LO(Low Observable)’ 바로 직전 등급 ‘RO(Reduced Observable)’로 분류하고 있다. 군 당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블록3 버전에선 LO 수준을 구현한다는 목표로 관련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만약 목표만 달성한다면 차후 전투기 수출 시장에서 상당한 돌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눈 밝고 주먹 센 ‘準스텔스 전투기’
KF-21 성능은 유럽이 공동개발한 유로파이터 타이푼(위)과 러시아 Su-35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키피디아, AP=뉴시스]
눈이 밝아도 상대를 타격할 ‘주먹’이 약하면 소용없다. KF-21 무장은 어떨까. 우선 선택할 수 있는 무장 종류가 다양한 것이 장점이다. 기존 4세대 전투기의 기본 무장 M61A1 벌컨포에 더해 외부 파일론(무기 장착대)에 최대 7.7t까지 각종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미국제 AIM-120 암람 중거리공대공미사일, AIM-9X 사이드와인더 단거리공대공미사일, 유럽제 미티어 장거리공대공미사일 등 선택지도 다양하다. 공대지 무장의 경우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유도폭탄 JDAM, 소형 유도폭탄 SDB, 공대함미사일 하푼을 운용할 수 있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중거리 GPS 유도키트(KGGB)를 장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KGGB는 재래식 폭탄에 장착하면 정밀유도폭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비다.
KF-21이 완전한 양산형 기체가 되기까지 앞으로 5년이 더 필요하다. 각종 시험평가와 기술 보완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양산이 본격화해도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우수한 무기를 만들어도 판로를 개척하지 못하면 허사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대당 가격이 높아지고 개량에 필요한 연구비 부담도 커진다.
KFX 사업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협력이 불투명한 것이 변수로 꼽힌다. 2009년 인도네시아는 한국과의 전투기 공동개발 의향을 밝혔고 2014년 공동개발 기본 합의서에 서명했다. 당초 인도네시아 측은 2026년까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 총 개발비 8조8000억 원 중 20%인 1조7663억 원을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정부는 분담금 지분을 10%로 낮춰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시제기 공개에 발맞춰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했다. 공동개발 ‘판’ 자체가 깨질 개연성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분담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측 부담이 커지고 가격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다.
美 F-35 구입 못 하는 제3세계 시장 노려야
물론 전투기의 실제 판매 가격인 프로그램 가격(program cost)은 교육 훈련과 무장, 스페어 파츠, 행정비용 등을 포함한다. 플라이어웨이 가격의 2~2.5배 수준에서 책정된다. KF-21의 실제 판매 가격은 대당 1억3000만 달러(약 1451억9700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라팔이나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플라이어웨이 가격이 1억~1억2000만 달러(약 1117억~1341억 원), 프로그램 가격이 2억5000만~3억5000만 달러(약 2793억~3911억 원) 정도다. 만약 KF-21의 가격이 실제 1억3000만 달러 수준이라면 우수한 성능 대비 ‘파격적’ 가격이다.
물론 전투기의 실제 판매 가격이 제작사 목표대로 책정될 가능성은 낮다. 특히 KF-21은 향후 무수한 성능 개량이 예정돼 있다. 추가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이 전투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KF-21처럼 블록 단위로 성능을 개량한 F-35의 경우 개발 비용이 폭등하고 생산 일정도 지연된 바 있다. 이런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KF-21 수출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다.
미국과 관계도 KF-21 수출 성공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KF-21의 엔진은 미국제다. 아직까지 전투기 엔진은 미국 등 항공 선진국의 전유물이다. 중국도 지난 30년 동안 25조 원을 전투기 엔진 개발에 쏟아부었지만 아직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미국은 미국제 핵심 부품의 수출 허가(export licence)를 대단히 까다롭게 통제한다. 한국이 아무리 KF-21을 만들어 팔고 싶어도 미국이 자국 핵심 부품의 수출을 허가해주는 것이 먼저다. 미국의 수출 허가는 한미관계가 얼마나 돈독한지에 따라 결정된다. 양국 관계가 틀어지면 KF-21 수출은 고사하고 내수용 생산도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와 KAI는 KF-21의 수출 전략을 꼼꼼히 잘 짜야 한다. 미국은 F-35를 아무 국가에나 팔지 않는다. 고성능 전투기를 적당한 가격에 사고자 하는 제3세계 국가들을 공략한다면 KF-21 수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86호에 실렸습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