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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성공은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입력 | 2021-04-26 03:00:00


미국 의료시민단체 회원들이 ‘백신 특허를 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제약회사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네이처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세계적인 코로나19 백신 부족 사태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제약사의 백신 지식재산권을 한시적으로 유예(temporary waiver)시켜 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백악관에서 관련 회의를 열고 치열하게 토론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미 정치권까지 나섰지만 유예 결정이 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입니다.

△“We will never be successful in battling a global pandemic if we leave every country to fend for itself.”

최근 영향력 있는 상원의원 10명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특허를 풀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습니다. 하원에서도 비슷한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다른 나라에 ‘너희 문제는 너희가 알아서 해결해’라고 내버려 둔다면 미국은 글로벌 팬데믹을 이겨낼 수 없다”고 호소합니다. ‘Fence’(울타리)에서 유래한 ‘fend for oneself’는 ‘혼자 힘으로 꾸려 나가다’ ‘자활하다’라는 뜻이죠.

△“For the majority of the world that same hope is yet to be seen.”

앞서 전직 국가 정상과 노벨상 수상자 175명 명의로 작성된 비슷한 내용의 서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책상에 도착했습니다. “미국은 백신 수급 상황이 희망적이지만 대다수 다른 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Yet’(아직)은 긍정문 부정문에 골고루 쓰입니다. 부정문에서는 부정의 강조, 긍정문에서는 부정의 뉘앙스를 주기 위한 용도로 쓰이죠. 여기서도 긍정문에 쓰였지만 부정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미국과 같은 희망을 품을 수 있는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 즉 “미지수다” “힘들다”라는 말이죠.

△“Vaccine manufacturing processes just cannot happen overnight.”

하지만 제약업계와 대형 제약사를 거느린 부국(富國)들은 특허 유예에 반대합니다. 한 유력 제약사 임원은 특허 전문매체 기고에서 “백신 제조 공정은 매우 복잡하다”고 강조합니다. 설사 특허를 풀어준다고 해도 장기적인 시설 투자와 노하우가 필요한 백신 제조를 뚝딱 해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죠. ‘Overnight’는 ‘하룻밤 사이에’ ‘한순간에’라는 뜻입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