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세계 재즈의 날 전야 콘서트’ 국내 1~3세대 연주자 13명 공연 대표 디바 웅산-말로 ‘스캣 배틀’ 앙코르선 출연진 모두 즉흥연주
29일 ‘2021 세계 재즈의 날 전야 콘서트’에 출연하는 신관웅 최선배 서수진 웅산(왼쪽부터). 한국재즈협회 제공
“재즈 무대는 링과 같습니다. 실시간 즉흥연주로 겨루니까요. 대결이 치열할수록 너무 재밌고 설레죠. 설혹 패배한다 해도 웃으며 쓰러질 수 있는 게 재즈의 매력이에요. ‘오늘 참 멋진 걸 배웠다!’라면서요.”(웅산)
29일 오후 7시 반, 서울에서 빅매치가 열린다. 한국 재즈 1세대부터 3세대까지 다양한 연주자가 앙상블을 이룰 대형 공연 ‘2021 세계 재즈의 날 전야 콘서트’다.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네이버TV ‘한국재즈협회’ 채널이 생중계한다.
24일 서울 마포구 TBS 사옥에서 만난 재즈 보컬 웅산은 “약 2시간 동안 다양한 솔로와 앙상블 무대가 준비돼 있다. 앙코르에서는 출연진 모두가 긴 즉흥연주를 하는 장관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유네스코가 세계 재즈의 날(매년 4월 30일)을 지정한 것은 재즈라는 음악 장르가 가진 독보적인 의미와 가치 때문입니다. 무대 위에서 모든 연주자가 서로를 배려하며 소통하는 상호존중의 음악이 재즈죠. 국가 종교 이념 문화의 차이를 초월하는 가장 민주적인 음악이자 자유를 상징하기도 하지요.”
올해 10주년 세계 재즈의 날을 맞아 이달 말 99개국에서 다양한 기념 공연이 열린다. 29일 서울 공연에는 연주자 13명이 참여한다. 신관웅(피아노) 최선배(트럼펫) 김준(보컬) 같은 한국 재즈의 선구자들부터 강재훈(피아노) 서수진(드럼)을 비롯한 젊은 피들까지, 스타일과 연륜을 망라한 면면이 다채롭다.
웅산은 “세계인의 축제인 재즈의 날 기념 공연이 그간 한국에서는 거의 열리지 못해 늘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주최로 백악관에서 공연을 열기도 했죠. 세계 재즈의 날의 메인이벤트인 ‘글로벌 올스타 콘서트’는 올림픽처럼 개최 도시를 옮기는데, 가까운 일본만 해도 3회 무대(2014년)를 오사카에서 열었습니다. 쿠바, 프랑스,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를 거쳤죠. 언젠가는 한국에 ‘재즈 올림픽’을 유치하는 날을 꿈꿉니다.”
“3, 4년 전부터 국악을 연마했습니다. 안숙선 김준수 신유진(‘이날치’ 멤버) 등 다양한 소리꾼을 사사했죠. 국악인 장재효(장구)와 ‘토끼 이야기’(수궁가)를 초연할 겁니다. 국악이 머물러 있어야 될 이유도, 제가 머물러 있어야 할 필요도 없지요. 자진모리와 충돌할 재즈를 기대해 주세요.”
한국의 대표적 재즈 디바로 꼽히는 말로와 웅산이 맞닥뜨릴 무대도 ‘빅매치 속 빅매치’. 웅산은 “말로와 한 무대에 마지막으로 선 것이 아마 20년은 될 것”이라며 “우리 두 사람의 쏟아지는 스캣(즉흥 보컬) 배틀은 볼만할 것”이라고 했다.
“고대 그리스의 개념으로 정체를 의미하는 스타시스(stasis)와 벗어남을 의미하는 엑스타시스(ekstasis)의 두 가지 가치를 오가는 것이 재즈라고 봅니다. 코로나19로 대중음악 무대가 사라진 가운데 마니아 장르로 치부되는 재즈는 더 위축돼 있었죠. 이번 공연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재즈의 황홀경을 경험하셨으면, 재즈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