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아르바이트로 생각하냐" 권고사직 휴가 법적보장 모른 채 진통제 먹고 참기도 "불가피 현상에 대한 제도…배려 아닌 권리"
“생리 휴가 쓰는 사람들은 월급 안 올려줘야겠다.”
직장인 A씨가 올해 2월 생리휴가를 쓰겠다고 말한 후 상사에게 들은 말이다. 상사는 A씨에게 “누가 이런 걸 쓰냐”며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대법원이 직원들에게 생리휴가를 주지 않은 아시아나 항공 전 대표에게 벌금형을 확정했지만 여전히 현실 속에선 여성들이 생리휴가를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근로기준법 73조는 직원이 신청하면 사용자는 월 1회의 생리휴가를 줘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생리휴가를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대법원은 ‘생리휴가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지만, 현실은 이와는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업의 경우 생리휴가를 자유롭게, 직장 상사들이 독려하는 분위기에서 쓰기도 하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가족패널조사’을 보면 2018년 기준 생리휴가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76.8%에 달한다. ‘제공된다’ 15.3%, ‘제공여부 모른다’는 7.9%‘였다. 10명 중 8명이 근로자가 회사에서 생리휴가를 쓰지 못하게 하거나 그 존재를 알지 못해 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여성의 생리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이해도가 이처럼 생리휴가의 현실화를 방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장은 다른 여직원에게 B씨가 실제로 생리 중인지 묻기도 했다. “없는 법을 만들어서 쓴 것도 아니고 정말 당황스러웠다”고 밝힌 B씨는 결국 사직서를 냈다.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신도 존재한다. 편히 쉬기 위해 생리 기간이 아님에도 휴가를 사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용역업체의 한 관리자는 생리휴가를 사용하겠다는 상담사에게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은지 노무사는 “여성이 생리 기간에 겪는 문제점을 양성이 모두 공감하지 못하다 보니 법적으로 권리가 보장돼 있어도 사용이 곤란한 상황”이라고 봤다.
서남권 직장맘지원센터 김문정 노무사는 “여성 근로자만 생리휴가 대상자가 되다보니 배려로 인지되는 경향이 있지만, 생리 현상 때문에 외부 활동 자체가 힘들거나 병원치료를 받는 경우까지 있어서 생리휴가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생리 휴가를) 여성 근로자만 누리는 배려나 특혜라고 볼 문제는 아니며, 근로자의 건강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도 마땅한 권리”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