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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우리 담당 아니다”… 가상화폐 주무부처도 못 정하는 정부

입력 | 2021-04-27 00:01:00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25일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가상화폐 주무부처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기존 국무조정실을 대신해 금융위원회가 맡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금융위가 “우리 담당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가상화폐 거래 대금이 코스피 거래액을 넘고 투자자가 급증하는데도 정부 부처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하루 거래규모가 20조 원대인 곳을 사각지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정부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분기 4대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금액은 1486조 원에 달했다. 계좌가 하루 7만 개씩 불어나고 검증되지 않은 불량 코인이 난립하고 있다. 작전 세력의 시세 조종 의혹이 불거지고, 유력 거래소의 실소유주가 사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막대한 피해와 혼란이 우려되는데도 정부는 “가상화폐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금융위는 가상화폐가 금융상품이 아니므로 맡을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가상화폐의 성격을 정해야 주무부처도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정부는 가상화폐 자체를 외면한 채 일시적 대응에 급급하고 있다. 자금세탁 문제가 불거지자 특정금융정보법을 시행했지만 거래소 검증 역할은 은행에 떠넘겼다. 6월까지 불법 행위를 특별 단속하겠다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엄포에 그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정부는 관련 제도를 마련하면 투기가 더 과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상화폐 양성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기를 부채질하지 않으면서도 최소한의 관리 제도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미국 일본 등은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보고 정부가 상장과 거래 등을 규제하고 있다. 금융자산으로 인정할지 여부에 관계없이 정부가 거래소 개수 등 기본적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

2017년에도 가상화폐 투자 바람이 불면서 시세조종 등 부작용이 불거졌다. 이후 4년 가까이 지났지만 정부 차원의 연구나 대책 마련은 없었다. 이런데도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가상화폐 수익에 대한 세금은 거두겠다고 한다. 정부와 여당은 더 늦기 전에 가상화폐 정책을 총괄할 주무부처를 정하고 정확한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 모든 투자는 자기 책임으로 해야 하지만, 성격을 규정하기 애매하다는 이유로 모든 정부 부처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