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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속 대만 위기 남의 일 아니다[특파원 칼럼/김기용]

입력 | 2021-04-27 03:00:00

中, 공산당 100주년 앞두고 대만 압박 거세
대만, ‘7월 위기설’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대만 7월 위기설’이 등장했다. 과거 북한의 과격한 움직임과 국제 정세 등이 맞물려 한반도의 ‘4월 위기설’이니 ‘8월 위기설’이 거론됐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대만 위기와 관련해 7월이 부각된 건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7월 1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의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의 시계는 이날에 맞춰져 있다. 한 중국 관료의 말을 빌리자면 “중화민족의 강인함과 자신감을 세계에 알리고, 중국의 부흥을 확인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많은 중국인들에게 ‘옥에 티’가 있다면 대만이다.

대만 문제만 해결되면 완벽한 중국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7월을 향해 가면 갈수록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설(說)’이 그렇듯 완전히 믿을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예 무시할 것도 아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건 대만을 사이에 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압박 수위도 높여가고 있다.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1월 “대만은 떼어낼 수 없는 중국의 일부분”이라며 “‘대만 독립’은 곧 전쟁”이라고 했다. 중국이 ‘전쟁 불사론’을 꺼낸 건 이례적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에서 대중국 강경론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이달 12일 중국 전투기 25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해 무력시위를 벌였다. 역대 최대 규모다. 17일엔 대만해협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폭격기 수십 대를 동원해 9시간 동안 실탄 사격 훈련을 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훈련이 이어졌다. 23일엔 헬리콥터, 탱크, 장갑차 등을 싣고 상륙작전을 펼칠 수 있는 경항공모함을 포함한 신형 전함 3척을 동시에 선보이기도 했다. 이날 취역식은 대만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에서 열렸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참석했다. 하루 3척의 신형 전함이 동시에 취역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대만도 위기를 직감하고 있다. 대만 정보기관인 국가안전국(NSB)은 중국이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선전하기 위해 안팎으로 자신감을 과시하고 있고 대만에 대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중국의 군사적 무력 시위에 대만은 대형 조기경보 레이더를 추가로 세우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런저런 대비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정작 대만 국민을 안심시켰던 것은 미국 F-16 전투기였다. 12일 중국 전투기 25대가 대만을 향해 날아든 날, 일본에 있는 미군 기지에서 F-16 전투기 4대가 대만으로 날아와 준 것이다. 대만 언론은 21일에야 뒤늦게 이런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특히 이 전투기들이 모두 한계 중량까지 무기를 최대한 장착했다는 점, 공중전에서 적의 전투기 레이더와 미사일 신호를 교란할 수 있는 장비까지 실었다는 점을 자세히 소개했다. 일본에서 출발한 미군 전투기들이 완전 무장을 한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이런 사실은 미국의 대만 보호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한국은 대만의 위기를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다. 대만이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만의 위기는 굳건한 한미동맹이 왜 필요한지를 알게 해주는 교범(敎範)이기도 하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