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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런 대위의 만용[임용한의 전쟁사]〈159〉

입력 | 2021-04-27 03:00:00


1854년 10월 크리미아반도의 발라클라바 항구로 러시아 대군이 진격해 왔다. 러시아군의 상대는 영국, 프랑스, 오스만 연합군이었다. 러시아군의 공격을 예상하고 항구로 오는 진입로 지형을 이용해 4개의 보루에 포대를 설치했다.

러시아군은 먼저 4개의 보루를 공격했는데, 오스만군이 포탄이 떨어지자마자 도주했다. 보루 간에 지원도 잘 되지 않아서 4개의 보루가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고, 빠르고 무참하게 함락됐다. 2선의 스코틀랜드 부대는 기세가 오른 러시아군 기병의 돌격을 잘 막아냈다. 이 승세를 타고 영국 중기병대가 돌진했다. 수가 훨씬 많은 러시아 기병이 양쪽에서 영국 기병대를 포위하려고 했다. 영국 기병대는 전혀 겁을 먹지 않고 돌진을 감행해 러시아 기병의 중앙부를 가르고 돌파했다. 그러자 나머지 영국 기병대가 러시아군을 향해 돌격했다. 사기가 꺾인 러시아 기병대는 도주하고 말았다.

기병이 도주했지만 러시아 본대와 포병, 예비 기병대는 단단히 대오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때 영국군 15경기병대가 본대를 향해 진격을 개시했다. 러시아 포병이 일제히 사격했고 기병대는 측면과 정면의 십자포화에 갇혔다. 포연이 사라지기도 전에 영국군 경기병대는 주검으로 변했다.

영국군 경기병대의 무모한 돌격에는 명령서 오기, 명령 전달 방식 오류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정면 돌격을 주장했던 놀런 대위의 만용이다. 그는 최고의 기병 전문가로 훈련법과 전술에 관한 저서까지 있었다.

그러나 그는 기병의 능력과 자신의 전술을 늘 과신했다. 평소에 이런 자신감과 용기는 매력적이고 헌신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실전에서 그는 전투를 시작하자마자 포탄의 제물이 되었으며, 동료와 부하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전쟁에서 잘못된 용기와 신념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