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기동 시 함정 큰 진동…1번 윤영하함 진수 7년 만에 기품원, 감속기어 부품 ‘설계오류’ 판단 방사청 “기본·상세설계상 하자 아냐”
윤영하함. (해군 제공) 2015.6.28/뉴스1
해군이 운용 중인 450t급 유도탄고속함(PKG·일명 검독수리A)이 부품 하자로 고속기동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속기동 시 함정에 강한 진동이 발생하는 것인데, 애초에 방위사업청이 검토·총괄한 이 사업의 기본·상세설계 과정부터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은 1~18번함이 모두 인도되고 나서야 해당 부품을 설계오류로 판단했다.
방사청은 2002년부터 2018년까지 1조8000여억 원을 투자해 총 18척의 유도탄고속함을 국내 건조기술로 건조했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부터 기본설계에 착수했고, 2008년 12월 1번함(윤영하함)이 진수됐다. 2002년 제2연평해전 당시 전사한 고 윤영하 소령의 이름을 딴 것. 이 함정은 해군에 배치돼 함포, 함대함유도탄 등으로 연안에 접근하는 적들을 기습 공격하는 목적으로 운용돼왔다.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이 방사청과 기품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고속도 40노트(시속 72㎞)인 이 함정들은 31노트(시속 57㎞) 이상으로 기동 시 함정에 진동이 전해진다고 한다. 이는 엔진의 동력을 워터제트추진기로 전달하는 감속기어의 일부 부품(퀼샤프트)의 하자 때문. 속도를 내면 함정에 심한 진동이 오고 이를 방치할 경우 이 부품이 파손돼 함정의 기동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기품원은 1번함 진수 7년 후인 2015년에야 해당 부품을 설계오류(하자)로 판정했다. 방사청은 “엔진의 비틀림 진동에 대한 분석(STX엔진) 오류로 인해 감속기어 설계(두산중공업)가 잘못된 것”이라며 “기본설계 및 상세설계 상의 하자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설계과정에서 방사청이 함정 설계의 세부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는 건 아니라 사실상 업체 문제라는 것. 기품원은 “조기교체가 완료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고 했다.
함정의 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퀼샤프트의 직경을 키우고 강도를 보강한 부품으로 교체해야하는데 연간 생산 가능한 퀼샤프트는 2~3척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부품 교체를 마친 6척을 제외한 12척에 대한 수리는 2025년경에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최근 방사청과 기품원의 안일한 사업관리로 인해 우리 군 전력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해당 부품을 빠르게 공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남은 함정을 조속히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