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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고속 못내는 고속함…임시방편 ‘진동감지기’ 달고 작전

입력 | 2021-04-27 12:00:00

고속기동 시 함정 큰 진동…1번 윤영하함 진수 7년 만에
기품원, 감속기어 부품 ‘설계오류’ 판단
방사청 “기본·상세설계상 하자 아냐”



윤영하함. (해군 제공) 2015.6.28/뉴스1


해군이 운용 중인 450t급 유도탄고속함(PKG·일명 검독수리A)이 부품 하자로 고속기동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속기동 시 함정에 강한 진동이 발생하는 것인데, 애초에 방위사업청이 검토·총괄한 이 사업의 기본·상세설계 과정부터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은 1~18번함이 모두 인도되고 나서야 해당 부품을 설계오류로 판단했다.

방사청은 2002년부터 2018년까지 1조8000여억 원을 투자해 총 18척의 유도탄고속함을 국내 건조기술로 건조했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부터 기본설계에 착수했고, 2008년 12월 1번함(윤영하함)이 진수됐다. 2002년 제2연평해전 당시 전사한 고 윤영하 소령의 이름을 딴 것. 이 함정은 해군에 배치돼 함포, 함대함유도탄 등으로 연안에 접근하는 적들을 기습 공격하는 목적으로 운용돼왔다.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이 방사청과 기품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고속도 40노트(시속 72㎞)인 이 함정들은 31노트(시속 57㎞) 이상으로 기동 시 함정에 진동이 전해진다고 한다. 이는 엔진의 동력을 워터제트추진기로 전달하는 감속기어의 일부 부품(퀼샤프트)의 하자 때문. 속도를 내면 함정에 심한 진동이 오고 이를 방치할 경우 이 부품이 파손돼 함정의 기동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통상 배에 쓰이는 철판 강도가 300MPa(메가파스칼)인데 이보다 3배 이상(1000MPa) 단단한 퀼샤프트가 파손될 정도의 진동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부터 해군으로부터 사용자 불만이 접수됐고 18척 중 윤영하함을 포함한 6척이 부품 절단으로 수리를 받았다. 이후 기품원은 임시방편으로 모든 함정에 진동감지기를 달아 진동이 발생하는 것을 피해 함정을 운용하라고 해군에 전달했다고 한다.

기품원은 1번함 진수 7년 후인 2015년에야 해당 부품을 설계오류(하자)로 판정했다. 방사청은 “엔진의 비틀림 진동에 대한 분석(STX엔진) 오류로 인해 감속기어 설계(두산중공업)가 잘못된 것”이라며 “기본설계 및 상세설계 상의 하자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설계과정에서 방사청이 함정 설계의 세부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는 건 아니라 사실상 업체 문제라는 것. 기품원은 “조기교체가 완료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고 했다.

함정의 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퀼샤프트의 직경을 키우고 강도를 보강한 부품으로 교체해야하는데 연간 생산 가능한 퀼샤프트는 2~3척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부품 교체를 마친 6척을 제외한 12척에 대한 수리는 2025년경에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최근 방사청과 기품원의 안일한 사업관리로 인해 우리 군 전력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해당 부품을 빠르게 공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남은 함정을 조속히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