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을 치렀다. 비록 2점을 허용했으나 제법 긴 이닝을 책임지며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했다.
양현종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홈 경기에 3회초에 구원 등판해 4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66개였고, 스트라이크 비율은 66.7%였다. 양현종의 평균자책점은 4.15가 됐다.
24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된 양현종은 이날 역투를 펼쳤다.
홈런도 허용했다.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호세 이글레시아스가 2볼 1스트라이크에서 양현종의 80마일 슬라이더를 쳐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대신 앞서서는 첫 탈삼진도 잡았다. 6회초 1사 2, 3루에서 저스틴 업튼을 상대로 2볼 2스트라이크에서 82마일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전체적으로 준수한 피칭을 선보였는데 실투들이 발목을 잡았다. 또 이전까지 홈런 2개를 포함해 장단 10안타를 몰아쳤던 에인절스 타선이 양현종 등판한 뒤 얼어붙은 것도 못내 아쉽다.
텍사스와 스플릿 계약을 맺었던 양현종은 이날 마침내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텍사스 구단은 효율적인 마운드 운용을 위해 외야수 레오디 타베라스를 마이너리그로 보내고 양현종을 콜업했다. 새 등번호는 36번이었다.
메이저리그 데뷔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이날 텍사스 선발투수 조던 라일스가 매 이닝 실점하며 에인절스 타선에 난타를 당했다.
팀이 4-7로 뒤진 3회초 2사 2, 3루의 위기 상황. 반드시 추가 실점을 막아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양현종은 에인절스 4번타자 앤서니 렌던과 맞붙어 직구,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다양하게 던졌고 2볼 2스트라이크에서 91마일 직구를 던져 2루수 팝플라이 아웃으로 잡았다.
자신감을 얻은 양현종은 더욱 힘차게 공을 던졌고, 4회초를 삼자범퇴로 마쳤다. 월시의 타구가 투수 방향으로 날아갔는데 양현종이 재빠르게 낚아챘다. 간담이 서늘했을 양현종도 안도했는지 활짝 미소를 지었다.
이전 타석에서 백투백 홈런을 터드렸던 업튼과 알버트 푸홀스마저 범타로 처리했다. 양현종의 81마일 슬라이더를 공략한 푸홀스의 타구가 멀리 날아갔지만, 중견수 아돌리스 가르시아가 기가 막힌 수비를 펼쳤다.
7타자 연속 아웃 처리하던 양현종에게 위기가 찾아온 것은 6회초였다. 투·타를 겸업한 오타니와 첫 대결에서 기습번트로 첫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메이저리그 최고액(12년 4억2650만달러) 계약을 맺은 마이크 트라웃를 내야땅볼로 잘 유도했으나 내야안타가 됐다.
타순이 한 바퀴 돌아 다시 렌던과 만난 양현종은 81마일 슬라이더로 좌익수 뜬공으로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하지만 월시에게 장타를 허용했는데 1볼 2스트라이크에서 81마일 슬라이더가 밋밋했다. 홈런으로 연결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2루 주자 오타니가 홈을 밟으면서 양현종의 무실점이 깨졌다.
그러나 양현종은 무너지지 않았고, 계속된 1사 2, 3루에서 예리한 체인지업으로 업튼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한 다음에 푸홀스를 유격수 땅볼로 요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양현종은 7회초에도 마운드를 지켰는데 선두타자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이글레시아스가 양현종의 슬라이더를 공략했고, 타구는 외야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으로 연결됐다.
스즈키까지 안타를 치며 양현종이 궁지에 몰리는 듯 했으나 3번째 실점은 없었다. 양현종은 플레처를 2루수 땅볼로 유도해 아웃카운트 1개를 잡은 후 대타 스캇 쉐블러를 3루수 팝플라이 아웃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다시 맞붙은 트라웃을 상대로 90마일 직구를 던져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시켰다.
텍사스는 7회말 종료 후 투수를 양현종에서 조시 스보츠로 교체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