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 (국세청 제공) /뉴스1 DB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을 자녀들에게 헐값에 넘겨 수백억의 시세차익을 남기게 한 사주일가. 그런가하면 수십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려 강남 아파트를 구매하고 슈퍼카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즐긴 기업 임원도 적발됐다.
세무당국이 이처럼 기업성장과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재산증식의 기회와 이익을 독식한 탈세혐의자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방만한 경영을 일삼으며 이익을 사유화한 일부 기업의 사주일가와 임원 등 불공정 탈세 혐의가 적발된 30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에 불법 혐의가 적발된 사주일가의 총 재산은 2019년 기준 약 9조4000억원으로 평균 3127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사주의 1인당 급여는 약 13억원으로 근로자 평균 급여(3744만원)의 35배에 달한다. 그중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밝히는 공시대상 집단에 포함된 기업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혐의는 Δ고액 급여·무형자산 편법거래 등 기업 이익을 독식한 사례 Δ불공정 부동산거래 등 변칙 증여한 사례 Δ기업자금을 유용한 호화 사치·도박 등 3가지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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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퇴직금 받은 창업주, 회삿돈 자녀 유학비 유용까지
이 중 A사의 창업주인 B씨와 그의 형제는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고액의 급여를 수령했다. 연 15억~25억원의 급여를 받은 B씨는 퇴직 직전 급여를 대폭 늘린 뒤 수백억에 달하는 퇴직금을 수령하기도 했다.
자녀에게 부를 불법적으로 대물림하기도 했다. A사는 B씨의 자녀 등이 지배하는 C사에 인력과 기술을 지원하고 수백억원 상당의 경영지원료를 과소 수취했다. 직원 출장비 명목으로 수백만달러를 환전한 뒤 해외에 체류 중인 사주 자녀의 유학비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판례 등을 따져본 결과 B씨의 급여와 퇴직금이 과도한 수준이었다고 판단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또 다른 사례로 D사는 장기간 영업활동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높여온 기업 상표권(CI)을 사주일가가 100% 지배하는 E사에 무상 이전하고 사주일가에 고액 급여를 지배한 혐의로 조사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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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노른자땅 반값 증여…자녀는 ‘부모찬스’로 수백억 차익
불공정 부동산거래 등 변칙 증여 사례는 11건이었다.
사주 F씨는 자녀들에게 본인이 소유한 비상장법인 주식을 모두 증여해 이 법인을 자녀들이 100% 지분을 가진 회사로 만들었다. 이후 2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 해당 법인에 가격이 급등하는 강남 노른자위 땅을 취득가액의 절반 수준의 가격에 넘겨 자녀들에게 수백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얻게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F씨는 강남 토지를 양도차손이 발생한 것처럼 신고해 양도소득세를 과소 신고하기까지 했다. F씨의 자녀 역시 토지 저가 취득에 따른 증여 이익에 대해 증여세 신고를 누락했다.
이외에도 상장·신제품 개발 등과 같은 미공개 정보를 제공해 부의 대물림을 변칙 지원한 사례도 적발됐다.
◇회사자금 빼돌려 강남 아파트·슈퍼카 산 기업 임원
기업자금을 유용한 호화 사치생활을 영위한 사례는 4명이었다.
G사의 핵심임원 H씨는 배우자를 통해 위장업체를 설립한 뒤 G사에게 수십억원을 대여하도록 했다. 얼마되지 않아 위장업체의 결손이 누적되자 G사는 아무런 회수노력 없이 대여금을 대손 처리하고 자금 회수를 사실상 포기했다.
이에 H씨와 배우자는 강남 소재의 고급 아파트와 최고급 슈퍼카를 취득하는 등 호화생활을 누렸다. 이들이 편취한 사익은 수십억원에 이르렀다.
이외에도 편법적 방법으로 기업자금을 유용해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경우도 적발됐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경제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코로나19 피해 납세자에게는 세무조사 유예 등의 세정지원을 하되, 이번 사례와 같은 편법과 특혜를 통한 반칙·특권 탈세에 대해서는 조사역량을 최대한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사과정에서 증빙자료의 조작, 차명계좌의 이용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될 시에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