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 후보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수도권 합동연설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홍영표 송영길 우원식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 지도부를 뽑는 5·2 전당대회가 임박하면서 당 대표에 도전하는 홍영표 송영길 우원식 후보(기호순)의 물고 물리는 신경전이 점차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선거 초반 당내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던 송 후보를 향해 홍, 우 두 후보가 협공을 펼쳤다면 선거 막바지에 이르면서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난타전’이 이어지고 있다.
● ‘백신’ ‘부동산’ ‘친문’ 둘러싼 기싸움
세 후보는 줄곧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 및 부동산 정책 실패, 친문(친문재인) 성향 여부 등 민주당의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으로 꼽히는 현안들을 둘러싸고 서로 책임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홍 후보는 26일 밤 MBC토론회에서 송 후보가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을 주장한 것을 언급하며 “(송 후보가) ‘백신 문제를 내가 풀겠다’고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정말 화가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 후보가) 문재인 정부하고 차별화하려고 하는 듯한데 그건 대단히 위험하다. 그런 태도는 사람들이 불안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홍 후보와 우 후보 사이 설전도 거세졌다. 홍 후보는 우 후보의 ‘민생’ 공약을 겨냥해 “민생을 바라보는 우 후보의 문제인식이 굉장히 좁다”며 “(정부여당도) 이제까지 재난지원금 등 민생을 열심히 챙겨왔는데 우 후보는 마치 자기가 하는 것만 민생을 위한 노력이라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우 후보는 “우리가 보궐선거에서 왜 졌는지 관점에서 보면 혁신보다는 민생을 보완해야 한다”며 “홍 후보가 정말 혁신, 개혁, 변화에 관심 있는지 자꾸 의심이 든다”고 반격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상향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말을 바꾼 홍 후보를 향한 질타가 이어졌다. 우 후보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90% 완화 카드를 꺼낸 송 후보를 향해 “박근혜 정부 때처럼 ‘빚내서 집 사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 권리당원은 洪, 대의원은 宋, 원내지지 禹
당 안팎에서는 송 후보가 인지도 측면에서 앞서 있지만 각각 권리당원과 국회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홍 후보와 우 후보의 추격도 무시할 수 없다는 판세 분석을 내놓고 있다.송 후보는 투표 비중이 45%로 가장 높은 전국 대의원 표심에서 가장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 경력도 5선으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많고, 인천시장 등을 거치며 대중적으로 알려졌다는 강점 때문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송 후보와 홍 후보 모두 지역구를 인천에 두고 있지만, 인천시장까지 한 송 후보가 인천지역에서 6.5대 3.5로 더 많은 표를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원내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이재명계’ 및 ‘박원순계’ 의원 다수가 우 의원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이해찬 전 대표가 우 의원 후원회장을 새롭게 맡기도 했다.
이틀간 토론회를 끝으로 민주당의 새로운 당 대표를 뽑는 투표는 28일부터 진행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보궐선거에 패배한 데다 온라인 투표로 진행되다 보니 전당대회가 흥행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특히 지지율 조사에서 무응답층이 40%에 이르고 있어 투표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