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등 연구팀 ‘실물옵션’ 관점 분석
주어진 재원의 한도 내에서 얼마나 소비 또는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효용함수 극대화 프레임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공동연구진은 효용함수 극대화 프레임 개념을 활용해 은퇴라는 금융의사결정을 실물 옵션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연구진은 정년이 다 됐을 때 은퇴한다는 상식을 뛰어넘어 정년 이전에 자발적으로 은퇴할 기회를 실물 옵션으로 보고 어떻게 하면 이 실물 옵션의 가치를 극대화해 최고의 은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를 조명했다. 은퇴를 수동적이고 비자발적인 개념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옵션의 가치로 바라본 발상의 전환이 연구의 핵심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연구 결과, 자발적 의사결정이 성공적인 노후를 보장하는 최고의 선택이 되기 위해서는 실물 옵션으로서의 은퇴의 특징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은퇴는 한번 결정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불가역적인 특징을 갖는다. 식당에서 음식을 잘못 시키면 재주문할 수 있지만 은퇴는 번복하기 어렵다.
셋째, 개인의 다양한 상황과 현실의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은퇴의 시점을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다. 즉, 보통 정년으로 간주되는 65세보다 일찍 또는 늦게 은퇴 시점을 결정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95년과 2000년 사이에 조기 은퇴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증했다. 금융 시장의 호황기 때 조기 은퇴를 택한 자발적 의사결정은 유연성이라는 은퇴의 특징을 최대한 활용해 은퇴의 가치를 극대화한 선택이었다.
박세영 노팅엄 경영대 재무 부교수 seyoung.park@nottingham.ac.uk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