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I’로 세계시장 우뚝 선 국내 스타트업 ‘루닛’
루닛이 개발한 ‘루닛 인사이트 CXR’를 활용해 병변을 진단한 엑스레이(X-ray) 결과물. 오른쪽과 같이 엑스레이상에 병변이 색깔로 구별돼 판독하기 편리하다. 루닛 제공
‘루닛 인사이트 CXR’를 개발한 의료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루닛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가 발표하는 2017년 ‘세계 100대 AI 기업’과 2019∼2020년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디지털헬스 기업 목록 ‘디지털헬스150’ 등에 선정됐을 정도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의료 AI 회사다. 진입장벽이 높다고 알려진 의료계에서 창업 7년차에 불과한 루닛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1년 4월 2호(319호)에 실린 루닛의 성공 요인을 요약, 소개한다.
○ 다양한 검진 환경 차이 파악
루닛은 또한 사업 초기 무리한 사업 영역 확장이나 무분별한 국가 과제 참여 등은 지양하고, 소프트웨어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AI 알고리즘이란 기술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만들고 판매하면 끝나는 제조 상품과 달리, 알고리즘 프로그램은 현장에 투입된 이후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잘 관리, 운영하고 기술을 더 고도화시키는 것까지가 루닛의 업무다. 이러한 이유로 루닛은 심혈관계 질환 등 사업성이 있는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자는 제안을 거절하면서 폐암과 유방암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 외에도 루닛은 글로벌 의료장비회사 등 기존 시장 참여자와 협업해 초기 판로를 확보했다. 의료 업계를 떠올렸을 때 외부로 드러나는 고객은 환자나 의사 집단이지만, 제품 사용을 결정하는 병원 등 의료 조직이나 의료 영상장비 업체 등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루닛은 GE, 후지필름 등 글로벌 의료기기 전문 회사들과 협력해 이들 소프트웨어에 결합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의료기기 회사들이 구축한 전 세계적인 판매 네트워크 덕분에 루닛은 사업 초반부터 상업화의 기틀을 닦을 수 있었다. 2021년 3월 기준 국내 10대 대학병원 중 7곳에서 루닛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루닛의 AI 솔루션은 전 세계 20여 개국 200곳이 넘는 의료기관에도 공급되고 있다.
루닛은 개인 고객과 해외 시장으로까지 직접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 12월 호주에서는 루닛의 웹사이트를 통해 개인 고객들에게 직접 AI 판독 결과물을 제공하는 B2C 베타 서비스를 오픈했다. 개인이 자신의 유방 엑스레이 사진을 업로드하면 루닛에서 병변 여부를 진단하고, 보조적인 2차 소견을 제공하는 식이다. 루닛은 미국 식품의약국의 인허가 과정을 통과하면 미국으로도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 최대 강점과 추후 과제
업계 최대 메디컬팀을 운영하며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고 있는 것도 루닛의 장점이다. 2021년 3월 기준 총 10명의 영상의학과, 병리과, 혈액종양과 전문의로 구성된 메디컬팀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의가 1명 정도에 불과한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아주 많은 인원이다. 메디컬팀은 신사업 기획 단계에서 큰 역할을 담당한다. 일례로 암 치료 중에서도 면역항암제를 루닛의 첫 아이템으로 정하게 된 데에는 메디컬팀의 역할이 컸다.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치료 반응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수많은 검사와 데이터가 활용된다. 메디컬팀은 면역항암제 분야야말로 이미지 인식을 핵심 역량으로 가진 루닛이 도전해볼 만한 분야라는 결론을 내렸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