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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체조선수 전신유니폼 착용 확산될까

입력 | 2021-04-28 03:00:00

유니폼 길이는 제한 규정 없지만, 통상 ‘하의실종’ 차림 유니폼 입어
사진-동영상 촬영 피해 심각… 성적 대상화 논란 끊이지 않아



러시아 체조선수 빅토리아 리스투노바(16)가 24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2021 유럽체조선수권대회 결선 마루 종목에서 하반신이 노출된 레오타드 유니폼을 입고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왼쪽 사진). 리스투노바가 우승을 차지했다. 독일의 사라 포스는 21일 평균대 종목에서 전신을 덮는 유니타드 유니폼을 입고 나와 연기를 펼치고 있다. 바젤=AP 뉴시스·사진 출처 사라 포스 인스타그램


“우리는 몸이 아닌 스포츠를 보여주러 왔다.”

21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2021 유럽체조선수권대회. 독일의 사라 포스(22)가 무대에 등장하자 주위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되며 경기장 내부가 술렁거렸다. 전신을 덮는 유니타드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

여자 체조 선수들은 통상 수영복 형태의 레오타드 유니폼 착용이 일반적이다. 허벅지 등 하반신 대부분이 드러나는 것. 반면 남자 선수들은 헐렁한 긴바지나 짧은 반바지를 입는다. 이날 포스는 “모든 선수들은 자신이 원하는 유니폼을 입을 수 있어야 한다”며 “체조 선수를 성적(性的) 대상화하는 데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제체조연맹(FIG) 규정에 따르면 여자 체조 선수는 몸통에서 발목 끝까지 가리는 불투명 색깔의 원피스형 유니폼 착용도 허용하고 있다. 몸 전체를 가리는 유니폼을 입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체조계에서는 레오타드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는 관행이 계속돼 왔다. 이정식 여자체조 국가대표 감독은 “발목이나 관절에 하는 테이핑도 티가 안 나는 살색으로 하지 않으면 분명히 감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여성 선수를 성적으로 바라보며 경기 도중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피해 사례도 나왔다. 독일 체조선수 엘리자베트 자이츠(27)는 “지나치게 다양한 각도에서 나를 찍은 사진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녀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며 “레오타드 유니폼은 옷이 조금만 쓸려 내려가도 관중이 봐야 할 것 이상을 볼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8년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는 30년간 체조 선수 156명을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7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독일 체조 선수 김부이는 “우리는 지금 스포츠계에 만연한 성욕과 맞서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체조 선수들의 유니폼 변화에는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40·미국)의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니스는 흰색 치마 착용 등 엄격한 드레스 코드가 강조됐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2018년 프랑스오픈에서 검은색 전신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프랑스테니스연맹은 “선수들은 게임과 장소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날을 세웠지만 윌리엄스는 “이 의상을 입고 나옴으로써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신체의 노출을 강제하는 종목도 있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기록 단축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전신 수영복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기능성 전신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2000년대 초부터 올림픽 메달을 쓸어 담기 시작하면서 2010년 금지 규정이 채택됐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