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 광풍]설익은 대책 분노만 부채질 우려 홍익표 “성급한 개입땐 시장 엉망 소관부처 정해지면 국회서 논의” 당내선 ‘합법 투자’ 인정 기류 강해 홍남기 “가상화폐 소득 과세해야”
동아일보 DB.
더불어민주당은 가상화폐와 관련해 당내 별도의 대응기구를 만들겠다던 당초 계획에서 한발 물러섰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2030세대 표심의 향방을 좌우할 뜨거운 감자가 된 가상화폐 정책을 부각시키지 않겠다는 것. 특위 등을 열어 설익은 정책이나 발언을 쏟아낼 경우 가상화폐 시장을 더 교란시키고 결과적으로 2030세대의 분노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27일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가상화폐와 관련해 “당내 특별한 조직을 만드는 게 아니라 당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책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관련 입법을 뚝딱 할 수는 없다”며 “성급히 개입했다가 시장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2030세대의 표심에 민감한 민주당에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를 불법적 투기가 아닌 합법적 투자 행위로 인정하자는 기류가 강하다. 홍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서 가상자산이 활용되면서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라는 구호만 앞세우고 정작 대책 마련은 정부에 미루는 모양새다. 홍 의장은 “소관 부처가 정리되면 국회는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여야가 함께 대책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가상화폐 관련 논의가 국회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가상화폐 정책은 국회가 뒷짐을 진 채 정부에 미룰 것이 아니라 여야 공동 특위나 국회의장 산하 독립기구를 마련해 다뤄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일단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책 마련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대주주가 범죄 경력이 있으면 사업자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가상화폐 과세 방침도 분명히 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가상화폐에 대해 “화폐(커런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를 쓴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세 형평상 과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홍 직무대행은 가상화폐의 제도권 편입 논란에 대해 “자본시장육성법상 대상 자산은 아니지만 (특금법으로) 거래소에서 투명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한 측면에서 반 정도 제도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주무 부처에 대해서는 “특금법은 금융위 소관 법률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가까운 부처는 금융위”라고 말했다.
박민우 minwoo@donga.com / 세종=구특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