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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첫 관문 넘은 이재용…사면론에도 영향 미칠까

입력 | 2021-04-28 12:52: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 이건희 회장 49재를 지내기 위해 12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사를 찾아 스님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0.12.12/뉴스1 © News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감중 맞닥뜨린 핵심 현안이었던 선친의 ‘유산 상속’을 마무리한 가운데, 15조원대의 막대한 사회환원 계획이 국내에서 불고 있는 ‘사면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내 1위 대기업인 삼성의 오너 일가가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납부한 데다가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해 1조원대의 별도 의료기부까지 결정한 것은 여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최종 결정권을 가진 정부와 청와대는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전혀 고려한 바가 없다”면서 무대응 전략을 취하고 있는 상태다.

28일 삼성전자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 총수 일가를 대신해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들이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국내 최초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소아암 어린이 지원 등에 최대 1조원 이상의 의료기부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 이건희 회장의 49재를 지내기 위해 12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 도착하고 있다. 2020.12.12/뉴스1 © News1

지난해 10월 25일 이 회장의 사망 이후 재계의 최대 관심사였던 유산 상속이 마무리된 것이다. 이 부회장과 유족들은 연부연납을 활용해 5년에 걸쳐 성실하게 상속세를 납부한다는 방침이다.

12조원의 상속세는 개인 기준 국내 최대 수준이며 지난해 국가 상속세 세입의 3배 이상에 달한다. 다른 나라 사례를 꼽아보더라도 최고 수준이란 평가다.

이미 지난해 이 회장 사망 직후부터 언론을 통해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내야 하는 상속세가 10조원 이상일 것이란 보도가 나올 때부터 여론에선 “삼성이 통큰 결정을 내릴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일부에선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이 부회장 등에 부담이 될 상속세를 면제해달라는 건의가 올라오기도 했다. 삼성 총수 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정공법을 택한 것이 여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는 최근 정계·사회·재계 등에서 불고 있는 이 부회장 사면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스1 © News1

앞서 지난 27일 손경식 한국경졍자총협회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5단체장은 공동 명의로 청와대에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정식 제출했다.

건의서에는 “이 부회장이 하루빨리 경제의 회복과 도약을 위해 우리 반도체 산업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들에게 헌신할 수 있도록 화합과 포용의 결단을 내려달라”라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이달 15일에는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가 지난 2월에 이어 두번째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 사면 건의 호소문을 발송한 바 있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지난 23일 50만 내외 하동군민과 함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부회장 사면 청원을 제안했다.

관건은 사면 결정권을 가진 정부의 판단이다. 당장 청와대는 지난 27일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현재까지 검토한 바가 없고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강당에서 비공개로 열린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에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유족들이 참석하고 있다. 2020.10.28/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부회장 사면론과 관련해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흩뜨리지 말아야 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 19일 대정부질문에서 “이 부회장 사면을 검토한 적 없다”고 말했고, 28일에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와 만나 “전에도 말했듯 엄정한 법 집행을 담당하는 법무장관으로서 (사면을) 고려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여론 흐름을 감안해 정부와 청와대 내에 기류가 바뀔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최근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반도체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의 총수로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는 점도 고려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10조원 이상의 사회환원과 기부 외에도 반도체 투자 등 기업인으로서 이재용 부회장이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은 무궁무진하다”면서 “당국에서도 이같은 점이 심도있게 논의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