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수도 뉴델리에 위치한 물찬드 종합병원. 인도 병원검색 사이트(medsurgeindia) 게시물 갈무리.
“4, 5월에 2차 유행이 올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인도 수도 뉴델리 중심부의 물찬드 종합병원 응급·외상센터의 알리 라자 과장은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집계된 인도의 전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6만2902명. 이 병원의 20명 남짓하던 의사들 중 벌써 12명이 확진돼 8명만 남았지만, 이날도 응급실은 새로운 환자들로 붐볐다.
응급실 문 너머로 가간딥 트레한이 망연자실한 채 서 있다. 숨을 헐떡이는 삼촌을 싣고 델리에서 310km 떨어진 북부 푼잡에서부터 쉬지 않고 운전해 물찬드 병원에 도착했지만, 병상도 산소도 없다.
이렇게 발걸음을 돌리길 벌써 일곱 번째. “삼촌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얼마라도 낼 준비가 돼 있는데, 치료를 받지 못해 돌아가실까봐 겁나요.”라고 그는 말했다.
인구 규모 1600만 명이 넘는 델리 전역에서 이날 오전 남은 중환자실 병상은 12개 뿐. 인도의 소셜미디어 피드는 끊임없이 산소와 병상, 렘데시비르 등을 요구하는 절실한 외침으로 채워지고 있다.
산소는 중증 코로나 환자들에게 필수다. 에크모와 인공호흡기부터 산소마스크 치료까지 중증 입원 환자들이 받는 처방이 모두 산소 치료다. 그러나 누적 확진 1800만 건 기록을 앞두고 이들을 치료할 산소도 병상도 남지 않은 인도의 현실은 물찬드 병원의 이날 모습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물찬드 병원은 병상 규모 1000개를 갖춘 시내 주요 민간 코로나 치료 시설임에도 지난 주말 최악의 산소 고갈 위기를 겪었다. 병원은 트위터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 아르빈드 케즈리왈 델리주총리를 태깅해 “환자 수십 명의 생명을 쥐고 있는 산소가 2시간내 바닥난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 같은 비상 상황은 매일 반복되고 있다. 델리 전역 병원에서 산소 공급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탈와 상무는 “산소가 언제 얼마만큼 들어올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수도 뉴델리와 뭄바이 등 인도의 정치·금융 중심지가 봉쇄에 들어갔다. 모디 총리는 팬데믹 대응 실패는 물론,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지방선거 운동만 챙겨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라자 과장은 “6개월의 시간이 있었고 확진 건수도 몇 안 됐다. 그때 정부는 산소 등 인프라를 갖춘 종합병원을 더 지을 수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산소 공급이 계속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델리 고등법원은 정부의 방치에 대해 “충격적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산소를 빌리든 구걸하든 훔치든 해서라도 정부가 종합병원에 적절한 산소 공급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모디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해 백신과 다른 물자 공급을 약속받았다. 모디 총리는 또한 산소 생산에 더 속도를 내고 병상 수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에서 산소 생산기 21기와 태국에서 산소 탱커 18대를 추가로 들여오겠다고도 했다.
아르빈드 케즈리왈 델리주총리는 “지금 확산세는 이전보다 훨씬 위험하다. 전염성이 너무 강해 1차 유행 때처럼 빨리 회복되기 어렵다”면서 “모든 종합병원이 수용능력을 초과하고 있다. 중환자실뿐 아니라 모든 병상이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이 순간에도 물찬드 병원 응급실 한켠에서는 숨진 환자 곁을 지키며 통곡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산조그 물찬드 병원 간호부장은 “매일 사람들이 살아남으려고 싸우고 있다. 흡사 전시 상황 같다”고 말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4억 인구 대국 인도의 이날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1799만7267명, 누적 사망자 수는 20만1187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진단이 늦어지고 있어 실제 확진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고,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숨지는 이들이 많은 탓에 실제 사망자 수는 공식 기록보다 최대 30배는 많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