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법원이 비대면 영상재판을 확대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재판이 지연되는 사태를 줄이고, 재판 당사자들의 접근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는 형사 공판기일과 영장실질심사, 구속적부심사에서도 영상재판을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을 최근 국회에 전달했다. 피고인, 증인 등이 직접 법정에 나오기 힘든 상황에서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최근 구치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대량으로 발생했는데, 구속된 피의자의 참석 없이도 법원이 구속의 적법성을 심사할 수 있는 등 유연한 대처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도 코로나 사태 이후 영상재판을 확대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3월 형사사건에 대한 영상재판 근거규정을 신설해 영상 또는 전화 통화 방식에 의한 형사재판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영상재판을 실시간 중계하거나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방식으로 재판 공개주의 원칙을 지키기도 한다.
국내에선 서울고법이 영상재판에 적극적이다. 서울고법 민사12-2부는 폭스바겐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으로 차량 소유주들이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청구 항소심 8건의 변론준비기일을 이달 13일 영상재판으로 진행했고, 다음 달 31일에도 이 사건들의 변론준비기일을 영상재판으로 열 예정이다. 서울고법은 다음 달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영상재판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권순형 서울고법 전산위원회 위원장은 “재판부별 가상 법정을 운영하면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간단한 민사 재판부터 시작해 형사 재판에서도 단계적으로 영상재판을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상재판 활성화의 걸림돌로 보안 문제가 제기된다. 제3자가 재판에 개입하거나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재판 효율성 면에서도 실제 법정에서 이뤄지는 재판보다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각종 장애물(소음, 송수신 불량, 미숙한 진행)에 부딪힐 수도 있다. 주요 법원과 구치소, 법무법인 등에 영상재판을 위한 투자를 해놓고 실제 활용률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영상재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의뢰인과 변호사들도 많은 만큼 활성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 “영상재판을 부적절하게 녹화하거나 재방송하는 이에 대한 엄격한 처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