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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혜택 줄이면 집값 잡힌다?…임대사업자 탓하는 與

입력 | 2021-04-28 19:26:00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1.4.27/뉴스1 © News1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시군구에 등록된 임대사업자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세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임대사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임대사업자는 일반 집주인보다 이행해야 할 의무조항이 많은데도 정치권이 혜택만 누리는 것처럼 몰고가고 있다고 불만스러워 한다.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임대업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의 진단과 처방이 모두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 집값 상승 원인을 임대사업자에 전가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28일 회의에서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환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는 면제해주고 양도소득세도 대폭 깎아준 것 때문에 다주택자가 추가로 주택을 매입해 매물이 잠겼다”고 말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이달 23일 “임대사업자가 아파트값 폭등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등록 임대주택 현황을 잘 모르고 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등록 임대주택인 아파트는 36만979채로 전체 등록 임대주택의 22%, 전국 아파트(1128만7048채)의 3.2% 정도다. 아울러 등록 임대주택 10채 중 8채(78%)는 집값 상승이나 공급난과 거리가 먼 원룸, 오피스텔 등 소형 평수의 비(非)아파트다. 정부 관계자도 “등록 임대주택 중 아파트는 많지 않아 매매 시장을 교란시킬 규모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달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등록) 임대주택만 160만 채, 분당신도시 10개에 육박하는 주택의 임대사업자들이 그동안 특혜를 누려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은 줄고 있는 추세다. 등록 임대주택은 지난해 6월 160만6686채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아파트에 대한 신규 임대사업자 등록을 막고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된 등록 임대주택을 자동 말소키로 한 지난해 ‘7·10 대책’ 이후 등록 임대주택은 줄어 지난해에만 46만 채가 자동 말소됐다. 임대사업자가 자발적으로 말소한 주택까지 고려하면 현재 등록 임대주택은 100만 채 정도로 추정된다.


● 세제 혜택 줄여도 집값 안정에 도움 안 돼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여도 집값 안정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세제 혜택 상당수가 2018년 ‘9·13 대책’과 지난해 7·10 대책으로 폐지됐거나 축소됐기 때문이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에서 새로 주택을 구입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해도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여당이 기존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면 세 부담이 늘어난 임대사업자들이 주택을 처분해 공급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임대주택 46만 채가 말소됐는데도 집값 안정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윤성원 국토부 차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임대주택 중 아파트 비중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등록 임대주택 중 아파트 비중이 비교적 낮아 이들이 매물을 내놓아도 시장에서 원하는 주택 공급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세 부담을 늘려 매물을 팔도록 압박하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고 봤다.


오히려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주택이 줄어 세입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등록 임대주택은 세입자가 원하면 12년까지 계속 거주할 수 있고 임대료 증액도 5% 이내라 전월세 시장에서 선호도가 매우 높다. 지난해 10월 집을 구경하려는 세입자들이 복도에 줄을 서 화제가 됐던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도 등록 임대주택이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공적 의무에 따른 정당한 세제 혜택을 특혜로 몰고, 아파트 비중이 낮은데도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무고한 임대사업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