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정부가 2025년까지 추진할 가족정책의 근간이 되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그제 발표했다. 법률상 가족의 범위를 확대해 동거 및 사실혼 가정, 노인 동거, 학대아동 위탁가정 등도 가족에 포함시키고, 부성(父姓) 우선 원칙을 폐기해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때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현행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은 결혼과 혈연, 입양에 의한 가족만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의 형태는 다양해졌고, 가족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70%가 ‘혼인·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고 응답했다. 2019년 기준 전체 가구에서 부부와 미혼 자녀로 이뤄진 전형적 가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29.8%로 1인 가구(30.2%)보다 적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 법과 제도를 바꿔나가는 것은 필요하다. 법과 현실 간의 괴리가 커지면 정책에 빈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어져온 전통을 바꾸려면 진통이 불가피하다. 종교계에서는 가족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염수정 추기경은 “가정과 혼인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신앙 및 윤리관과 어긋난다”고 밝혔고, 개신교 연합체 한국교회총연합도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여성계 등에선 보다 적극적인 정책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